[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영남권 신공항 유치선정을 둘러싸고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다. 새누리당 영남권 의원 간 집안싸움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야당까지 가세하면서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국책사업이 지역 이기주의나 정치논리에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
|
|
▲ 일 오전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새누리당 부산시당과 부산광역시의 당정 협의에서 참석자들이 부산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가덕도 신공항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6월 하순으로 예정된 정부의 연구 용역 결과를 앞두고 여권 내에서는 부산·경남(PK) 의원과 대구·경북(TK)간 유치를 둘러싼 샅바싸움이 치열하다. PK지역 의원은 가덕도에, TK지역 의원은 경남 밀양 유치를 위해 지원사격 중이다. 여기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가덕도를 찾아 지지의사를 밝히면서 논란은 야권으로 옮겨 붙는 양상이다.
앞서 새누리당 부산시당은 지난 8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서병수 부산시장을 비롯한 부산시 관계자들과 부산 지역구 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당정협의를 개최했다.
김세연(부산 금정) 부산시당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새누리당이 신공항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한다면 부산에서의 새누리당에 대한 완전한 지지철회가 있을 것이라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신공항 입지 선정이 잘못된다면 부산시뿐 아니라 부산의 여야 정치권 모두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밀양과 관련해 신공항 유치로 인해 철새 서식지가 파괴되고, 고정 장애물 위험성 등을 입지 부적격 사유로 제시했다. 현재 진행 중인 용역이 공정하게 이뤄진다면 가덕도에 신공항이 유치되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 시장은 “오로지 경제 원리에 의해서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기준으로 평가한다고 하면 틀림없이 가덕도에다 공항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라며 “다른 어떤 정치적 이유로 결정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TK의원들은 이날 부산 의원들의 행보에 불쾌한 심기가 역력했다. 강석호 새누리당 의원은 “용역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단체장이 ‘불복’ 가능성을 흘리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정태옥 의원은 “5개 시·도지사 합의하에 외국계 회사에 용역을 맡겼는데, 결과를 예단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결론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한 압력”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문 전 대표가 부산 가덕도를 찾아 지지의사를 밝히면서 신공항 유치 갈등이 야당으로까지 번졌다.
문 전 대표는 지난 9일 부산 가덕도를 찾아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기는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부산시민은 입지 선정 절차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되는지에 대해 걱정하고 분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구 수성갑의 김부겸 의원은 문 전 대표와 각을 세우며 밀양 신공항을 지지의사를 밝히면서 당 유력 대선 주자간 신경전으로 비화되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밀양 공항은 내륙도시인 대구로서는 사활이 걸린 문제”라며 “부산시와 부산 정치권, 시민단체들이 영남권 5개 자치단체의 합의를 무시하고 정부와 정치권을 압박하는 것은 신공항 입지로 가덕도가 열세라는 점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공항 유치를 둘러싸고 정치권의 신경전이 고조되면서 일각에서는 우려섞인 시선이 적지 않다. 지역 이기주의나 정치적 논리에 의해 왜곡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막대한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국책사업인 만큼 정치권의 대결양상으로 비화되선 안 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