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의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에 빨간불이 켜진 모습이다. 정부가 4700억원의 '혈세'를 투입해 고용 안정을 지원하려는 마당에 대기업 조선사 노조들이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파업 카드를 꺼내들었기 때문.

정부는 자구노력 없는 조선사는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원 대상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19일 관련부처에 따르면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24일 거제 지역을 방문해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노사와 간담회를 진행한다.

이달말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여부를 앞두고 조선업 현황과 고용 사정을 파악한다는 명분이지만, 무엇보다 이들 기업 노조의 의향을 파악하려는 목적을 띤 것으로 풀이된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회사와 채권단의 일방적인 자구 계획에 반대한다며 파업 찬반 투표를 벌여 14일 노조원 85%의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도 박대영 사장이 공개한 구조조정 자구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15일 쟁의를 결의했다.

이어 17일에는 현대중공업 노조가 대의원대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쟁의 발생을 결의했다.

정부는 이를 결코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고용유지지원금 확대, 실업급여 지급기간 연장, 체불임금 청산, 재취업훈련, 창업 지원 등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후 정부가 지원할 각종 사업의 예산 규모는 4700억원에 달한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고용 안정을 지원하려는데, 노조가 파업에 돌입해 구조조정을 저지하려 한다면 '자구 의지도 없는 기업에 혈세를 낭비한다'는 거센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선별 지원'마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고용정책기본법 및 시행령에 따르면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됐다고 해서 정부가 반드시 그 업종에 속하는 모든 기업을 지원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고용사정 등 특성을 고려해 지원 대상을 제한할 수 있다.

정부는 대기업 조선사가 파업에 들어가 자구 노력을 끝내 거부할 경우,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후 이들을 제외하고 어려운 사정에 처한 협력업체 등을 먼저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