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민영화가 추진되고 있는 우리은행의 재무건전성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24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올해 1분기 말 현재 13.5%로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우리은행의 BIS 비율은 2013년 12월 말 15.5%, 2014년 12월 말 14.3%, 2015년 12월 말 13.7%로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조선·해운을 중심으로 취약업종에 들어간 일부 대출이 부실화해 충당금 적립 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지난 3월 말 현재 은행의 실질 자본건전성을 판단하는 잣대가 되는 기본자본비율(BIS 비율에서 보완자본을 제외하고 산출한 지표)은 10.4%, 보통주자본비율은 8.6% 수준이다.
은행이 'AAA' 등급을 유지하려면 BIS 비율 12.5∼14%, 기본자본비율 10%, 보통주 자본비율 9∼9.5% 수준 이상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BIS 비율은 은행의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이다. 자기자본은 크게 기본자본과 보완자본으로 이루어지는데 기본자본은 자본금과 이익잉여금 등으로 구성된다.
보통주 자본비율은 보통주만을 자기자본으로 인정해 자기자본을 총자산으로 나눈 것으로, 가장 보수적(엄격한)인 지표로 통한다.
신용평가사들은 우리은행의 기본자본비율이 10% 아래를 밑돌거나 보통주자본비율이 9%대 이하로 떨어지면 신용등급 강등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에서 "우리은행의 시장 지위가 크게 저하되거나 기본자본비율이 10%를 밑돌 것으로 판단되면 등급 하향조정 요건(트리거)을 충족하게 된다"며 등급 하향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지난 4월 우리은행의 신용등급을 'A1'에서 'A2'로 한 단계 낮추고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우리은행이 'AAA' 등급에 맞는 자본 적정성을 유지하려면 7000억원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신용평가사의 한 관계자는 "BIS 비율 14% 기준은 금융당국이 2019년 바젤3 도입에 대비해 주요 은행들에 요구하고 있다"며 "우리은행이 현재 13%대인 BIS 비율을 14%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최소한 7000억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그러나 최대주주가 예금보험공사(지분 51.04%)여서 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예보가 2017년까지 매각(민영화)을 통해 공적자금을 회수하기로 한 상황에서 우리은행에 추가 출자에 나설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우리은행이 차입금 성격인 코코본드를 발행하거나 위험가중자산을 줄여 자본적정성 비율을 맞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미 올 상반기까지 국내외에서 1조2284억원의 코코본드를 발행했다. 코코본드는 유사시 투자 원금이 주식으로 강제 전환되거나 상각되는 조건을 붙여 발행하는 자본증권의 일종이다.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자본확충이 필요한 기업이나 금융기관이 주로 발행하고 있다.
그러나 만기에 갚아야 하는 부채의 성격을 띠고 있어 코코본드 발행을 늘리면 자본의 질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유상증자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코코본드 발행에 의존하고 있다"며 "코코본드는 일반 채권보다 금리가 높아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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