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기업이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려 대거 부동산 투자에 나서고 있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은행,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대출 잔액 959조405억원 가운데 부동산업 대출금은 154조3788억원으로 16.1%를 차지했다.

산업대출은 대부분 금융회사가 기업(개인사업자 포함)에 빌려준 자금을 가리키고 공공기관 대출도 일부 포함하고 있다.

산업대출 잔액 가운데 부동산업 비중은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8년 이후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기업 대출금 가운데 6분의 1이 부동산으로 간다는 의미다.

산업대출 잔액에서 부동산업 비중은 2013년 3월 말 12.6%에서 꾸준히 상승해 작년 6월 말 15.2%로 15%를 넘었고 올해 처음 16%대로 올라섰다.

부동산업 비중은 지난 3년 동안 3.5% 포인트 오르면서 전체 업종 가운데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저금리로 시중의 유동성이 풍부해진 상황에서 부동산업 대출금이 급증한 결과다.

작년 한 해 산업대출 증가액 60조4858억원에서 부동산업은 22조9048억원으로 37.9%나 됐다.

올해 1분기에도 부동산업 대출은 4조4132억원이나 늘면서 전체 산업대출 증가액(15조6912억원)의 28.1%를 차지했다.

부동산업 대출의 급증세는 2014년 하반기 이후 한국은행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하와 정부의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 규제 완화로 부동산 경기가 호조를 보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지난 9일 기준금리를 연 1.25% 수준까지 낮춘 상황에서 부동산업에 자금이 몰리는 현상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서울에서는 재건축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는 등 일부 지역에서는 부동산 과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업 대출금 급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동산업 투자는 고용과 부가가치를 늘리는 효과가 있지만, 제조업 등 다른 업종의 투자가 상대적으로 주춤한 현실에서 아쉬운 대목이다.

한국은행 비은행분석팀의 김경섭 과장은 지난달 내놓은 보고서에서 금융산업이 산업 전체의 생산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제약될 수 있다며 "이는 부동산, 임대업 등 생산유발 효과가 크지 않은 업종에 대한 금융서비스가 확대된 데 주로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또 앞으로 부동산업 업황이 나빠지면 대출금이 부실화될 위험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만약 부동산 경기가 악화할 경우 부동산 대출에서 부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최근 비은행권 대출과 자영업자 대출이 증가하는 것은 우려된다"고 말했다.

조 연구위원에 따르면 2014년 부동산 및 임대업의 이자보상배율은 1.0으로 전체 산업의 평균 2.8보다 훨씬 낮았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이자부담능력을 평가하는 지표로 1미만이면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충당할 수 없는 상태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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