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고려아연 2공장에서 지난달 28일 황산이 유출돼 협력업체 근로자 6명이 화상을 입은 가운데 고려아연 측이 사고 책임을 축소하고 은폐한 정황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울산지부는 고려아연 황산 누출 사고와 관련해 "원청인 고려아연 측이 사고 책임을 축소·은폐한 정황이 있다"고 1일 밝혔다.
노조는 이날 울산시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고려아연 상급자가 사고 직후 직원들에게 작업 대상 배관을 파란색 V자로 표시한 서류를 폐기하도록 지시한 진술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과 협력업체인 한림이엔지 관리자들은 사고가 나기 전 함께 현장을 돌며 51개 배관·맨홀에 작업 가능 표식인 'V'자를 표시했고 이를 사진으로 남겼다.
'V'자는 황산 등 위험물질이 없어 근로자들이 작업해도 안전하다는 표식이다.
플랜트 노조 등은 사고를 당한 근로자들이 'V'자 표시를 한 '안전한 배관'을 열었다는 주장이고 회사 측과 경찰은 이 표식이 없는 황산이 든 배관을 열었다고 설명해왔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 29일 합동 감식에서 사고 배관에 'V' 표시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경찰과 국과수가 사고 배관이 아닌 엉뚱한 배관을 감식한 것으로 본다"며 "하청업체가 작업 당일에도 배관 해체 전 일일이 사진을 찍기 때문에 'V' 표시가 안 된 배관을 열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브리핑에 참석한 당시 현장 근로자 역시 "분명히 사고 배관이 'V' 표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치료 중인 부상자 중 의사소통이 가능한 근로자 역시 사고 배관에 이 표식이 있었던 것을 증언했다고 노조는 밝혔다.
노조는 "이번 사고는 현장을 확인하고 작업을 관리해야 할 원청의 잘못이 가장 크다"며 "고려아연 측이 사고 배관에 'V' 표시가 있었던 것을 감추려고 서류 폐기를 지시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고 경위를 수사하는 경찰이 너무 허술하다"며 "고려아연 측에서 일종의 압력은 넣은 것으로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사고 직후 현장이 통제됐고 원·하청 책임자를 불러 사고 배관을 확인한 후 감식했기 때문에 착각했을 가능성은 없다"며 "다만, 사고 직후 유출된 황산에 'V' 표시가 지워졌을 가능성이 있어서 국과수에 감식을 추가로 의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V' 표시 여부를 떠나서 원·하청 관리자가 전체 배관에 황산이 제거되지 않는 상태로 작업을 진행한 것에 초점을 두고 사건을 수사 중이다.
노조는 고려아연의 실질적인 책임자가 피해자 가족에게 사죄할 것과 책임자 엄벌을 요구했다.[미디어펜=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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