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지난 3월 도입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은행 가입자 가운데 연봉이 5000만원 이하인 서민형 가입자 비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ISA 면세 혜택을 소득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계층에 집중시킬 수 있다는 의미여서 ISA를 둘러싼 '부자 감세'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4일 국회 정무위원회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KB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ISA 가입자는 159만1천944명이다.
이 가운데 연 소득이 5000만원 이하인 '서민형' 가입자는 41만6068명으로 26%를 차지했다.
가입 자격과 관련한 소득 기준이 따로 없지만 소득이 높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는 청년과 농·어민을 합친 '범서민형' 가입자(52만2천573명)로 따져도 전체의 33%에 그쳤다.
연 소득이 5000만원 이하여서 '서민형 ISA'에 들면 의무 가입 기간이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되고 면세 투자 이익 한도도 20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높아진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의 서민형 가입자 비율이 50%로 가장 높았고 신한은행(29%), KEB하나은행(17%), KB국민은행(23%), NH농협은행(13%)의 순이었다.
전경련이 작년 말 발표한 소득 분위별 근로자 연봉 자료에 따르면 2014년도 임금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3240만원이다.
임금근로자 100명을 줄 세웠을 때 딱 가운데인 50번째 근로자의 연봉을 가리키는 중위소득은 이보다 낮은 2465만원이다.
아울러 근로자 상위 20%의 연봉 하한액은 4586만원이다. 이는 우리나라 근로자의 80%가 이보다 낮은 연 근로 소득을 올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보면 우리 국민이 소득 구간별로 ISA에 고루 들었다면 이론적으로 연 소득 5000만원 이하가 기준점으로 된 서민형 ISA 가입자의 비율이 80% 이상은 돼야 한다.
실제 소득 분포보다 서민형 ISA 가입자 비율이 현격히 낮은 것은 그만큼 서민과 중산층은 생계 및 가계부채 부담으로 저축과 투자 여력이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ISA 제도 시행으로 향후 5년간 약 1600억원의 세수가 덜 들어올 것으로 전망한 정부도 ISA 도입을 앞두고 이런 문제 때문에 고민했다.
금융소비자원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얻은 정부의 ISA 예비타당성 조사 보고서에는 ISA의 조세 역진성에 관한 우려가 담겼다.
보고서는 "ISA 대상은 모든 근로소득자로 설정돼 고소득층에 혜택이 집중돼 수직적 형평성 문제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나 이를 완화하기 위해 보완책을 마련했다"면서 "그럼에도 저축 여력이 없는 서민이나 중산층이 조세 특례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고 정책 대상자가 아닌 개인이 수혜를 볼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ISA는 큰 세제 혜택을 주는 상품이지만 기본적인 정책 목표 대상이 잘못 설정됐다"며 "기존의 여러 조세 특례 상품을 통해 세제 혜택을 보던 사람들이 저축 여력이 없어지면서 오히려 부자와 상위 중산층에 혜택이 집중되는 '부자 감세'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용진 의원은 "소득 양극화와 가계부채 심화로 서민과 중산층의 저축 여력이 매우 줄어든 상황에서 ISA가 시행돼 비과세 혜택이 최상위층에 쏠릴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서민층 혜택 확대를 통해 ISA의 애초 취지를 살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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