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1000억원대 처가 보유 부동산을 넥슨이 매입하고 그 과정에 구속된 진경준 검사장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은 20일 “정무적으로 책임지라는 요구가 있는데 그럴 생각이 없다”고 일축했다.
최근 야당과 여당 일각에서까지 사퇴요구가 일자 우 수석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하고, 각종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회장에게 강남땅을 사달라고 한 적도 없고, 진경준 검사장에게 다리를 놔달라고 한 적도 없다고 했다.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나 법조브로커 이민희 씨에 대해서도 모른다고 했다.
우 수석은 “그 사람들 한번도 본적 없다”며 “난 아무것도 한 게 없어서 더 설명할 게 없다”고 말했다. 매입을 부탁한 사실 자체가 없기 때문에 이후의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들도 문제가 될 소지가 없다는 게 우 수석의 입장이다.
부동산이 잘 팔리지 않아서 애를 먹었다거나 상속세를 못내 자택 등에 근저당이 설정돼 고통을 겪었다는 보도에 대해 우 수석은 “상속세가 1000억이 넘었다. 현금 1000억 가진 사람이 어딨냐”며 “세금을 내겠지만 부동산이 팔려야 하니까 분납을 하겠다고 했더니 담보를 제공하라고 해서 국세청에 그 가액에 해당하는 만큼 담보를 제공했다”라고 말했다.
또 매수자가 별로 없었을 것이라는 의혹에도 “그 땅은 대체불가한 강남역 옆 위치이고 깨끗하고 심플하게 살 수 있는 땅이어서 문의가 많았다. 400명이 땅을 보러 왔다는 기사도 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또한 다운계약서를 통한 세금 축소 의혹에 대해서도 “땅을 팔면 그 돈으로 상속세도 내고 양도세도 내야 한다. 더구나 성실하게 세금을 내기 위해서 땅을 판 것인데 세금을 줄이려고 다운계약을 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계약 당일 우 수석이 현장에 있었다는 보도에 대해 “장모님이 큰 계약을 하는 날이니 와달라고 해서 간 것”이라며 “장인어른이 다리가 불편한 상황에서도 열심히 일해서 번 재산인데 장모께서 그걸 지키지 못하고 팔게 돼 많이 울었다. 그날 제가 한 일은 장모님을 위로해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운호 씨를 몰래 변론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그는 “만난 적도 없는데 수임했다는 건 말이 안된다. 확실히 말하지만 모든 사건에 선임계를 내고 다 신고했다. 전화변론 같은 것도 한 적이 없다. 다 찾아가서 설명하고 의견서도 냈다”며 정면 부인했다.
2010년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으로 재직하면서 진 검사장(당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의 비위 의혹을 보고받고도 내부 감찰에 넘기지 않았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그런 적이 없다. 누군가 알았다면 왜 감찰을 안했을까”라고 반박했다. 이번 진 검사장 구속 과정에 대해서도 그는 “공직기강비서관이 하는 거다. 수석이 직접 하나. 해오면 판단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지난 18일 우 수석과 진경준 검사장, 김정주 넥슨 회장간의 3각 커넥션 의혹을 제기했다. 신문은 우 수석 처가가 보유한 서울 강남소재 부동산을 김정주의 넥슨코리아가 2011년 매입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이 건물은 우수석의 장인이 딸 4명 명의로 상속했다.
우 수석의 장인이 2008년 작고한 뒤 처가에서는 상속세를 내기 위해 서울 강남역 인근 부동산을 내놔 2011년 3월 넥슨에 약 1326억원에 팔았다. 당시 넥슨은 서울 사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 땅을 매입했으나 불과 1년4개월여 만에 세금을 고려하면 손해를 보고 부동산을 되팔았다는 점에서 고가의 부동산을 처분하지 못해 애를 먹던 우 수석 가족의 고충을 풀어준 게 아니냐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특히 넥슨 ‘주식 대박’ 사건으로 구속된 진 검사장이 넥슨의 창업주인 김정주 NXC 회장과 친분이 두텁고, 동시에 우 수석의 서울대 법대와 검찰 후배라는 사실을 근거로 그가 부동산 거래의 다리를 놔준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경향신문 등 다른 매체들도 후속보도를 통해 ‘진 검사장이 아니라 부동산중개인에게 수수료 10억원을 주고 계약한 것’이라는 우 수석의 초기 해명과 달리 “당사자간 거래로 신고돼 있다”며 다운계약서 의혹 등을 추가로 보도했다.
그러나 우 수석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모두 내가 모르는 사람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이고, 이런 문제를 갖고 그때마다 공직자가 관둬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 수석은 아들의 의무경찰 보직 변경 의혹 보도에 대해서 “가장으로서 가슴 아픈 부분”이라며 “유학간 아들이 들어와 군대 가라고 해서 군대간 것이고, 병역의무 이행 중인데 병역을 기피했는가”라고 반문한 뒤 “아들 상사를 본 적도, 만난 적도, 전화한 적도 없다"며 "부탁이고 뭐고 간에 그 사람을 모른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우 수석은 “이런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가 없다. 중요한 업무가 대통령을 보좌하는 역할이니 맨날 (해명) 보도자료 쓰는 것은 소모적”이라며 “앞으로 제가 좀 정상적으로 대통령을 보좌하고 기본적인 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는 의혹을 받고 있는 우 수석이 자리에서 물러난 뒤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압박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우 수석은) 대통령 치마폭에 숨어있지 말라”며 “검찰까지 수사하는 민정수석을 공정하게 수사할 수 있겠나. 민정수석의 해명이 사실이라고 해도 자리에서 물러나 진실을 밝히는 것이 합당한 태도”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당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정병국 의원은 전날 한 라디오방송에서 “대통령 주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때로는 모함도 받고 때로는 구설수에 오르기도 하는데 그 자체가 대통령에 누가 된다고 한다면 판단을 해야 한다”며 우 수석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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