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항일 기자] 쑨양이 아시아 선수 최초로 자유형 200m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일본도 남자 개인혼영 400m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은 '마린보이' 박태환을 비롯해 박진영, 안세현, 최규웅 등이 모두 예선탈락했다. 

한국 수영은 지난 2008년 자유형 200m에서 박태환이 올림픽 수영 역사상 최초로 메달을 획득하면서 부흥기를 맞이했다. 

   
▲ 남자 200m 자유형 예선 6조 경기에서 힘찬 도약을 하고 있다./뉴스1

4년 뒤 런던에서도 같은 종목에서 또 다시 은메달을 걸었다. 당시 중국의 떠오르는 신예 '쑨양'과 함께 나란히 은메달을 걸며 숙명의 라이벌을 예고했다. 4년이 지난 리우올림픽에서는 명암이 엇갈렸다. 

박태환은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 치러진 남자 자유형 400m에서 예선탈락했다. 전체 50명 가운데 공동 10위의 성적을 거둔 박태환은 자신의 주종목에서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어 200m에서 1분48초06, 10일 열린 남자 자유형 100m에서는 49초42의 기록으로 모두 예선탈락 하는 수모를 겪었다.

세계를 호령하던 박태환의 추락. 대표팀에서는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는 박태환의 부진은 수영대표팀의 부진으로 이어졌다. 

박태환이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드물었다. 2014년 9월 약물복용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국제대회 경험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화같은 부활을 기대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앞서 2번의 올림픽을 경험한 베테랑으로써의 박태환의 능력을에 기대를 건 것이다. 

결과적으로 기적은 없었다. 연습량 부족은 천하의 박태환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대한체육회의 안일한 행정이 도마위에 올랐다. 대한체육회는 박태환이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선수자격 정지징계에서 풀려났음에도 불구하고 ‘도핑에 연루된 선수는 3년간 올림픽에 나설 수 없다’는 국내 규정에 따라 박태환의 대표팀 발탁을 끝내 허용하지 않았다.

무의미한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 중국은 쑨양의 기량이 성장했다. 일본은 후진양성에 공을 들이며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그 수확물을 확인했다. 한국만이 형식과 절차에 얽매여 후진양성은 뒷전인 채 박태환 때리기에만 앞장섰다.

2005년 한국 신기록을 경신하는 등 혜성처럼 등장했던 박태환이 10여년 간 세계를 호령하는 동안 대한체육회는 유망주 육성에 박차를 가하기 보다는 현실에 안주해 그에게만 의존했다. 그 결과가 현재 리우올림픽에 나선 수영 대표팀의 현주소다. 

박태환의 부진 속에 수영대표팀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었다. 최규웅, 박진영 등이 큰 기대를 받지 못했고 기록도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박태환은 100m 결승이 끝난 뒤 인터뷰를 통해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 의사를 밝혔다. 리우올림픽에 출전하면서 수차례 '즐기겠다'고 말한 모습과 대조적이다. 

그만큼 박태환은 스스로가 한국 수영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상당하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다. 어려움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후배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기 위한 의지로 해석된다. 

이번 올림픽 수영에서는 더 나은 모습의 박태환을 기대하기는 사실상 힘들어졌다. 이제는 박태환을 비롯해 열악한 수영대표팀의 환경을 개선하고 유망주 발굴에 전력투구를 하는 수영연맹과 대한체육회의 모습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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