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원·달러 환율이 1년여 만에 1100원선 밑으로 떨어졌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1시57분 현재 전일 대비 1.17%(12.95원) 내린 달러당 1093.15원으로까지으로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달러당 1100원 선 밑으로 내려간 것은 작년 6월 22일(종가 1098.8원) 이후 13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간밤 미국의 생산성 지표 부진 여파로 3.1원 내린 1103.0원에 거래를 시작해 장중 하락 폭을 키워갔다.
1100원 선을 두고 당국의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면서 하락 속도가 더뎌졌지만 결국 전반적인 원화절상 압력을 이겨내지는 못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들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브렉시트 여파로 6월 말만 해도 달러당 1180원 선을 웃돌기도 했던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금리 시기가 연기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하락세를 이어갔다.
그동안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금리를 올릴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지만, 일부 경제지표의 부진과 미국의 대선 일정 등으로 금리 인상 기대감이 후퇴한 상태다.
이달 초 발표한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2%에 그쳐 시장 예상치인 2.6%를 크게 밑돌았고, 전날 발표된 2분기 비농업부문 생산성 역시 0.5% 하락해 시장전망치(0.3% 증가)에 크게 못 미쳤다.
국내 요인으로는 2분기 기업실적 호조와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 등이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 확대로 이어지면서 원화절상을 유도했다.
지난 한 달간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을 순매수 규모는 4조2000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지난 8일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역대 최고 수준인 AA로 상향 조정하면서 외국인 자금 유입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코스피지수는 2분기 기업실적 호조와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10일 2045선을 오가고 있다.
최근 급격한 원화 가치 절상으로 수출기업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9일 낸 '빨라진 원화 강세로 수출 경기 더 불투명' 보고서에서 "원화 강세로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가격 경쟁력이 약화하고 수익성이 악화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주식 자금 유입 등으로 당분간 원화절상 압력이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100원 아래로 떨어질 경우 손절매 물량이 나오면서 환율이 추가로 떨어질 수 있다.
다만 급격한 원화절상에 대한 외환 당국의 미세조정과 미국의 금리 인상 기대감 변화 등은 원·달러 환율의 하락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하락 폭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미국의 강달러 기조 유지, 해외증권투자 관련 달러화 수요, 당국의 개입 여력, 이탈리아 선거, 미국 대선 등의 이벤트가 아직 산재해 있어 원·달러 환율의 추세적인 하락은 억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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