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원·달러 환율이 1년여 만에 달러당 1100원선 밑으로 하락했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종가는 달러당 1095.4원으로 전일 종가보다 10.7원 내렸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5월 22일 달러당 1090.1원을 나타낸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심리적 저항선인 달러당 1100원선이 가까워지면서 하락 속도가 다소 주춤해졌지만 당국이 1100원선을 방어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자 하락 속도가 가팔라졌다.

이날 오전 1100원선이 손쉽게 무너지자 손절매 성격의 달러화 매도 물량까지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091.8원으로까지 저점을 낮췄다.

장 마감을 앞두고 종가관리로 추정되는 달러화 매수 물량이 나오면서 소폭 반등해 달러당 1095.4원에서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브렉시트 여파로 환율이 잠시 반등한 6월 말 이후 가파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지연되면서 금리 인상 기대감이 약화하고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험투자 심리가 강화되면서 국내 주식시장에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탓이다.

그동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금리를 올릴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지만, 일부 경제지표의 부진과 미국의 대선 일정 등으로 금리 인상 기대감이 후퇴한 상태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2분기 기업실적 호조와 글로벌 위험선호 심리 강화 여파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순매수 규모가 4조2000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지난 8일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역대 최고 수준인 AA로 상향 조정하면서 외국인 자금 유입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글로벌 유동자금이 오갈 데가 없는 상황에서 경제 기초여건이 튼튼하고 신용등급까지 오른 한국시장의 투자 매력도가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급격한 원화가치 절상으로 수출기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 2분기에 3000억원 상당의 환차손을 봤고, SK하이닉스는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2분기에 환율이 3∼4% 내리면 원화 매출 기준으로 1000억원 전후의 변화가 생긴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주식 자금 유입 등으로 당분간 원화절상 압력이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NH선물 민경원 연구원은 "전 저점인 1,190원이 뚫리면 바닥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환율이 하락할 수 있다"며 "당국도 이를 고려해 종가관리에 들어갔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오는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동결이 예상되지만 금리 인하 소수의견이 나올 경우 원화 강세가 제약될 수 있다고 민 연구원은 전망했다.

1190원 선마저 무너진다면 1160원 또는 1170원 선에서 당국의 방어 의지가 크게 작동할 것으로 시장 참가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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