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원유 파생상품에 투자했다 발생한 손실액이 올 상반기만 3000억원이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6월 원유 DLS에서 확정된 손실은 317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한 해 동안 원유 DLS에서 생긴 손실액(701억원)의 4배가 넘는 것이다.
민간 금융정보업체들이 추산한 내용으로 간간이 보도됐던 올해 원유 DLS 손실액이 금융당국의 공식 집계치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유 DLS는 원유 가격의 움직임에 따라 손익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이다.
통상 3년의 가입 기간에 원유 값이 가입 당시보다 40∼50% 이상 폭락하지 않으면 은행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원유 가격이 애초 설정된 기준치 밑으로 떨어지면 큰 손실을 피하기 어려운 고위험 상품이다. 그럼에도 최근 수년간 금융사들은 일반 투자자들에게 이 상품을 적극적으로 팔았다.
2014년까지 배럴당 100달러를 넘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원유 가격은 지난 2월11일 26.21달러까지 추락했다.
현재는 낙폭을 일부 회복했지만 여전히 배럴당 40달러 초반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원유 DLS의 상품 구조상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90달러 선까지 회복되지 않으면 아직 만기가 되지 않은 원유 DLS에서도 지속적인 손실이 날 수밖에 없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원유 DLS 발행잔액은 1조498억원이다.
이처럼 손실이 커지면서 원유 DLS 판매 증권사를 상대로 한 투자자 민원이 급증하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 DLS와 관련해 금감원에 접수된 금융소비자 민원은 45건으로 작년 한 해 동안 제기된 건수(46건)에 육박했다.
민원인들은 증권사 창구 직원들이 DLS의 이익과 손실 구조에 관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웬만하면 손실이 나지 않는 안정적인 상품'이라면서 가입을 권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증권사를 상대로 법적 다툼에 들어갔다.
2013∼2014년 원유 DLS에 4억6000만원을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본 투자자 A 씨는 지난 6월 해당 상품을 판매한 증권사를 상대로 2억여원을 배상하라며 서울남부지법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박용진 의원은 "투자 경험이 부족한 일반 투자자들에게 원유 DLS 같은 고위험 파생상품을 우리나라처럼 대량으로 판매한 데는 전 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다"며 "단일 금융상품에서 수천억원의 손해가 발생한 사태인 만큼 금감원이 불완전 판매 여부에 관한 전면적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