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항일 기자] 이번 리우올림픽은 수년간 대한민국을 대표한 '맏언니'들의 고별무대가 됐다.
수년간 대한민국을 알려온 그녀들은 이제 화려한 무대를 뒤로하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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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리우올림픽은 수년간 대한민국을 대표한 '맏언니'들의 고별무대가 됐다. 왼쪽부터 여자 핸드볼대표팀의 오영란, 우선희, 여자 펜싱대표팀의 남현희./사진=뉴스1 제공. |
'우생순' 신화를 이끈 여자 핸드볼의 베테랑 골키퍼 오영란(44)과 우선희(38)도 이번 리우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주역으로 전성기를 이끌었던 이들은 이번대회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투혼을 불사르며 참가했다.
결과는 1승1무3패로 B조 예선 5위로 올림픽 무대 첫 예선탈락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이후 4강에 들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록은 깨졌지만 이들의 투혼은 세계적 강호 네덜란드와 조별리그 3차전에서 빛을 발했다.
수문장 오영란은 2패를 안고 붙은 네덜란드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종료 순간에 허용한 7m 스로를 선방해 32-32 무승부를 이끌며 팀을 벼랑 끝에서 구했다.
우선희도 적지 않은 나이에 후배들에 뒤지지 않는 활동력과 스피드를 앞세워 간판 라이트윙의 실력을 발휘했다.
아르헨티나와 최종전을 승리로 이끈 뒤 탈락이 확정된 가운데 이들은 공동취재구역에 모습을 드러낸 오영란과 우선희의 두 눈은 펑펑 울어 부어 있었다. 마지막 무대에서의 부진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오영란은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선수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마지막 경기였기 때문에 '열심히 하자'고 주문했는데 후배들이 잘 극복했다. (1승을 거둬)대견하다"고 밝혔다.
우선희는 "나도 악몽을 꾸고 있는 것 같다.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까 경기에 들어가기 전부터 계속 눈물이 났다"며 "마지막 경기를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컸는데 후배들이 잘 극복했다. 내가 선배로서 역할을 너무 못한 것 같아 미안하다"말했다.
맏언니 오영란은 1993년에 처음 대표팀에 발탁돼 1996년 애틀랜타, 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까지 네 차례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2012 런던올림픽에 가지 않았지만 8년 만에 다시 올림픽 무대에서 묵묵히 자신의 위치에서 역할을 다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끝으로 은퇴한 우선희는 지난해 11월 출산했지만 5개월 만인 올해 4월 조국을 위해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마지막 투혼을 보였다.
'줌마검객' 남현희도 이번 리우올림픽을 마지막으로 피치 위를 내려온다.
남현희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을 시작으로 4회 연속 올림픽에 나선 한국 펜싱 역사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남현희는 그동안 펜싱 불모지로 여겨지던 한국에서 세계적 선수로 성장했다. 특히 2008 베이징올림픽 결승전에서 당시 최고 선수로 여겨지던 이탈리아의 발렌티나 베찰리에게 5-6으로 석패했지만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남현희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2013년 딸을 출산하면서 후유증으로 악력이 떨어져 검조차 잡기 힘들어진 것이다. 악바리 남현희는 이를 악물고 자신의 커리어에 아직까지 갖지 못한 올림픽 금메달을 딸에게 선물하기 위해 다시 검을 잡았다.
결국 그녀는 지난 3월 쿠바에서 열린 플뢰레 그랑프리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올림픽 출전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올림픽 무대는 호락하지 않았다. 지난 10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 카이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니시오카 시호(일본)과의 2016년 리우올림픽 펜싱 여자 플뢰레 개인전 32강전에서 12대14로 패했다.
남현희는 경기 후 "후련했다"는 말로 마지막 올림픽 소감을 담담히 밝혔지만 누구보다 아쉬움이 가득했으리라. 이제 남현희는 검을 내려놓고 한 가정의 엄마이자 아내로 돌아갈 것이다. 그녀가 보여준 지난 12년간의 투혼에 박수를 보낸다.
[미디어펜=조항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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