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한진해운이 5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산업은행에 제출하면서 이 회사가 법정관리로 갈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금융권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이날 오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유동성 확보 계획이 담긴 추가 자구계획을 제출했다.
채권단과 한진해운 측은 자구안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했으나, 5000억원대의 유동성 확보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채권단이 줄곧 요구해 온 최소한의 자구안 규모인 7000억원 수준보다도 1000억원 이상 적은 것이다.
한진해운은 앞으로 1년 6개월 동안 1조∼1조2000억원의 자금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진행한 해외 선주들과의 협상을 통해 27%가량 용선료를 조정, 부족자금을 1조1천억 이하 수준으로 줄였으나 여전히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다.
국내외 금융사들과 진행해 온 5천억원 규모의 선박금융 상환 유예 협상 역시 100%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채권단은 최소 7000억원 이상을 한진해운과 한진그룹에서 자체 해결해야 채무재조정 등 경영정상화 수순에 들어갈 수 있으며, 그렇지 못하면 법정관리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그간 4000억원 이상은 마련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 온 한진해운은 이날 추가 자구안 규모를 조금 더 키워 제출했다.
그러나 채권단에서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은 수준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으나, 채권단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큰 진전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조양호 회장의 사재출연과 관련해서도 "비슷한 내용이 있으나, 하지 않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면서 "인정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추가 지원은 없다는 원칙과 1위 국적선사의 법정관리행이라는 부담 사이에서 채권단의 고민도 더 깊어지게 됐다.
채권단은 26일 회의를 열고 향후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채권단은 자구안 내용을 바탕으로 그간 진행해 온 실사 결과를 다시 측정, 앞으로 한진해운의 경영 상황을 예측하고 회생 가능성 등을 따져본 뒤 경영정상화 작업을 계속할지 법정관리로 보낼지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부담이 큰 사안인 만큼 이날 회의에서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채권기관들이 각자 논의한 뒤에 시간을 두고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관계자는 "26일 회의는 일단 실무자들이 모여 상황을 공유하는 자리로, 결론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음주에 결론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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