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미국의 연내 금리 인상을 앞두고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들썩이고 있다. 금리 인상은 가계부채가 1300조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한국경제에 치명적인 뇌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규가입자를 대상으로 하는 KB국민은행의 혼합형 고정금리는 최저 금리를 기준으로 6월 말 연 2.69%에서 8월 말 2.74%로 뛰었다.
KEB하나은행의 혼합형 고정금리도 같은 기간 연 2.64%에서 2.73%로, 신한은행도 연 2.69%에서 2.80%로 상승했다. 우리은행의 혼합형 고정금리는 6월 말 연 2.70%에서 8월 말 3.05%로 올랐다.
국내 주요은행에서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40% 안팎이고 나머지는 변동금리 대출이다.
다만 변동금리 대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코픽스 연동 대출은 6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영향으로 하락하고 있다.
아직은 주택담보대출의 다수를 차지하는 변동금리, 그중에서도 다수인 코픽스 연동 대출의 금리는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연내 미국발 금리 인상이 실현되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 내외금리 차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국내 기준금리가 오르면 코픽스 금리가 상승하고, 이에 연동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오르는 등 연쇄적인 상승이 불가피하다.
금리 인상은 가파르게 늘고 있는 가계부채에 대한 불안감을 더 키울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682조4000억원으로 7월보다 8조7000억원(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 늘었다.
8월 증가액은 7월(6조3000억원)보다 2조4000억원 많았다. 올해 들어 월간 기준으로 최대 규모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12조7000억원으로 한 달 사이 6조2000억원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7월(5조7000억원)보다 5000억원 늘면서 작년 12월(6조2000억원)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비수기인 여름철에도 부동산 거래가 늘면서 은행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6∼8월 부동산 거래는 3만8110건으로 집값이 크게 뛰며 호황기를 누렸던 작년 같은 기간보다 4572건(13.6%) 늘었다.
특히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8월에는 1만2000건을 돌파, 7월(1만4262건)을 제외하고 올해 들어 가장 빈번한 거래가 이뤄졌다.
주택담보대출 뿐 아니라 다른 대출도 급증세다.
마이너스통장대출, 예·적금담보대출 등 8월 기타대출 잔액은 168조9000억원으로 2조5000억원 늘었다.
가계부채에 대한 경고등이 켜진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비수기와 성수기를 가리지 않고 대출이 급증하는 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로 그만큼 '부채의 골'이 깊어졌음을 의미한다.
가계부채 총량은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평가다.
가계부채는 올해 2분기 말 기준 1257조3000억원으로, 한국은행이 가계신용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래 잔액기준으로 최대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88.4%다. 13년째 비교 대상 신흥국 중 1위다.
지난 1년 새 가계부채 증가 폭도 신흥국 중 가장 컸다. 이대로라면 올해 말에는 1300조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
이르면 이달, 늦어도 12월에는 미국 금리가 한 차례 정도 인상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부는 미국 금리 인상에 앞서 여러 대책을 내놓으며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유도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정부는 지난 5월 가계대출에 대한 소득심사를 강화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전국으로 확대 적용한 데 이어 지난달엔 주택공급을 축소하는 8·25 대책을 내놓았고 이달 초엔 또다시 집단대출의 소득 확인을 의무화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부동산 거래는 갈수록 활황이고,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한 고분양가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과 이에 따른 전세난으로 주택담보대출도 급증하는 추세다.
이에 정부가 더 강력한 카드를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미디어펜=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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