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한미약품이 지난해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한 내성 표적 항암 신약 '올무티닙'의 임상이 중단되면서 제약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아무리 계약규모가 크더라도 임상이 조기에 중단되거나 상업화되지 않으면 계약금액을 다 받을 수 없다는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제약업계의 신약개발도 어느 정도 위축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올무티닙은 '올리타정'이라는 이름으로 조건부 허가를 받아 처방이 시작됐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달 30일 신규 환자의 경우 원칙적으로 올무티닙의 사용을 제한하고, 이미 사용 중인 환자는 의료인의 판단하에 신중하게 투여하도록 권고하면서 그 여파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식약처는 앞으로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자문 등의 절차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판매중지 또는 추가 안전조치 시행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우선 한미약품은 아직 아무것도 단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베링거인겔하임 측으로부터 임상 중단 결정 소식을 전달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장 베링거인겔하임이 개발을 중단하자 같은 물질을 도입한 중국의 생명공학기업 자이랩의 결정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자이랩 역시 신약개발을 포기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한미약품과 자이랩은 지난해 11월 1천억원 규모의 올무니팁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한미약품이 같은 해 7월 베링거인겔하임에 올무니팁을 기술수출한 지 4개월 후다.
올무티닙의 시장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자이랩 역시 개발을 계속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제약업계에서는 올무티닙의 중증 이상반응보다는 시장 상황에 따른 경제적 이유가 베링거인겔하임의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올무티닙의 경쟁 약물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가 이미 지난해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고 시장 선점에 나섰기 때문이다. 올무티닙은 내년에 임상시험을 마치고 허가를 받는다 해도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경쟁 약물이 시장에 출시된 상황에서 베링거인겔하임이 수천억 원을 쏟아부으며 임상을 진행할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개발 중인 약보다 치료 효과가 좋은 약물이 먼저 출시되거나, 유사한 후보물질을 발견할 경우 또는 기대했던 것만큼의 효과를 보지 못해 임상 개발을 중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신약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에 착수해 성공할 확률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동화약품의 골다공증치료제, 일양약품의 소화성궤양치료제 등이 기술수출했다가 중도에 계약이 해지된 사례다.
[미디어펜=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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