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세헌기자] 포스코가 권오준 회장의 2기 체제를 이끌 경영진 인사를 전격 단행하고 그동안 주춤했던 미래 찾기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임원 인사를 통해 변화하는 통상환경과 업계 현황에 맞춰 조직과 경영전략에 어느 정도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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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회장 |
포스코는 지난 2일 권 회장은 비철강 부문에 집중하고, 철강 부문은 새로 도입되는 철강부문장이 책임지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는 철강사업 중심의 포스코 운영을 책임지는 철강 부문 업무책임자(COO·철강부문장) 체제를 도입한 것으로, 기존 철강 부문 운영은 COO가 책임경영을 하는 대신 권 회장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 비철강 부문 개혁 등 그룹 경영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25일 포스코 이사회에서는 권 회장을 단독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안건을 의결하면서 비철강 부문의 경쟁력 강화, 후계자 육성 및 경영자 훈련 프로세스 활성화를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COO로는 포스코 철강사업본부장, 자동차강판판매실장 등을 역임한 철강 마케팅 분야 전문가인 오인환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겸무하도록 했다.
기술투자본부장에는 해외와 신사업 등에 다양한 경험을 보유한 유성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보임하도록 했다. 현 기술투자본부장인 장인화 부사장은 김진일 사장의 퇴임으로 공석이 된 철강생산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룹의 인재육성을 총괄하는 포스코인재창조원 대표에는 황은연 포스코 경영지원본부장(사장)을 내정했다. 황 사장은 지난해 2월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눈길을 끌었지만 1년 만에 자리를 옮기게 됐다.
포스코대우, 포스코건설, 포스코에너지, 포스코켐텍, 포스코ICT 등 그룹사는 사장단 전원을 유임시켰다. 현재 진행 중인 구조조정을 책임 있게 마무리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포스코강판 대표에는 권 회장 1기 체제에서 경영전략 수립과 실행을 주도한 전중선 포스코 경영전략실장(전무), 포스코터미날 대표에는 이영기 포스코 일본대표법인장을 내정했다.
업계는 연임에 성공한 권 회장의 2기 포스코가 얼마나 새로운 방향으로 갈지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 3년이 쇄신에 무게를 뒀다면 새로운 3년은 성장에 더욱 집중할 것이란 관측이 일반적이다.
포스코는 올해 1순위 과제로 내건 '비철강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소재 개발에 4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투자 대상은 배터리에 주로 쓰이는 리튬, 양극재용 고순도 니켈, 양·음극재 등 에너지소재, 경량소재인 티타늄, 마그네슘 등이다. 클린 에너지 분야를 고수익 사업으로 육성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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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빌딩의 포스코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 연합뉴스 |
포스코가 비철강에 눈을 돌린 것은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한때 주춤했던 철강사업이 다시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만큼 이제는 새로운 먹거리를 통해 새로운 이익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권 회장은 그동안 "비철강 부문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지난달 25일 열린 이사회에서도 이사진들은 권 회장에게 비철강 사업 경쟁력 강화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내 비철강 사업뿐 아니라 포스코대우, 포스코건설, 포스코ICT 등 비철강 부문 핵심 계열사의 성장에도 힘을 쏟는다.
포스코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3조원에 육박하며 호조를 보였지만 비철강 부문 계열사들의 실적은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포스코대우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4% 가까이 떨어졌고, 포스코건설은 5948억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입었다.
포스코는 또한 지난달 우리나라 최장수 고로인 '포항 1고로'의 가동을 연내 중단할 것을 발표했다. 대신 3개 고로의 설비 효율성을 높여 생산능력을 현재 447만톤에서 511만톤으로 늘리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권 회장의 지난 임기에서 가장 큰 성과로 꼽히는 고부가가치 월드프리미엄(WP) 제품 개발도 확대 추진된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 2015년 9월 광양제철소에 연산 50만톤 규모의 용융아연도금강판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이 공장은 WP 제품 중 하나인 초고장력 강판 생산에 특화된 곳으로 연내 준공될 예정이다.
포스코는 권 회장 취임 후 지난해까지 목표치 149건 중 126건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남은 23건에 대한 구조조정은 올해 중 추진된다. 앞으로 추가적인 구조개편을 시행한 가능성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 수는 점차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풀어야 할 숙제도 여전히 남아있다. 권 회장은 포스코 광고계열사였던 포레카를 둘러싼 최씨 측의 이권개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여기에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014년 권 회장 선임 과정과 관련해 최씨의 입김이 있었는지를 두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권 회장은 이런 의혹들을 전면 부인한 상태다.
한편 권 회장의 새 임기는 다음 달부터 시작한다. 권 회장은 이후 오늘 4월 열리는 인베스터스 포럼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계열사의 경쟁력을 직접 확보할지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아울러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에 대한 구조조정이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회사 간 합병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