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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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부 백지현 기자. |
금융권의 인사철을 곱씹어보면 어김없이 신문지면을 장식하는 단어는 ‘낙하산’이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작동된 ‘관치금융’은 금융권 인사시스템의 취약성과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내왔다.
그러나 최근 이뤄진 신한금융‧우리은행 등 금융권 CEO 선임과정을 살펴보면 ‘관치’는 점점 사라지고, 대신 ‘경영능력’과 ‘전문성’에 역점을 둔 인사시스템이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이를 두고 “최순실사태로 금융관치에 급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안팎에선 투명한 인사시스템이 자리잡아가는 계기로 작용하길 바라는 기대감이 지배적이다.
그 사이 또 다른 ‘외풍’이 은행권에 불어오고 있다. ‘금융정의연대’라는 시민단체가 차기 신한은행장 선임에 노골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제3세력이 손을 뻗고 있다. 이들은 “신한사태의 주범인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의 신한은행장 선임에 반대한다”며 위 사장을 지난 1일 검찰에 고발했다.
연대는 위 사장이 과거 ‘신한사태’ 당시 라응찬 전 회장의 변호사 보수 2억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거짓 증언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한사태’는 지난 2010년 신한지주 고위층간 내분으로 불거진 사태로, 위 사장은 당시 신한지주에서 공보 담당 부사장을 맡아 라 전 회장 편에 섰다.
연대의 고발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시민단체가 시중은행의 인사에 관여하는 것은 엄연한 ‘경영권 간섭’이다. 금융권에서도 이에 대해 “시민단체가 민간은행의 인사에 관여하는 것은 ‘월권’ 행위”라고 토로했다.
신한은행장 선임을 흔드는 외풍은 시민단체만이 아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신한은행지부’도 연대와 결을 같이 하고 있다. 노조는 “‘제2의 신한사태’로 인한 지배구조의 불안정과 조직문화를 재현해선 안 된다”며 신한사태의 당사자인 위 행장의 선임을 반대하고 있다.
노조는 “차기 은행장은 직원들의 열망을 깊이 새겨 은행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직원들에게 사라진 비전을 반드시 되찾아 줄 인물을 선임해야 한다”며 한동우 신한지주 회장과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를 압박하고 나섰다.
시중은행 행장 선임에 정부의 보이지 않는 입김이 작용돼선 안 된다. 그렇다고 정부를 대신 해 권력화 된 ‘시민단체’나 ‘노조’의 입김에 휘둘려선 금융 산업의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다.
이들을 등에 업고 낙점된 수장은 방만한 경영을 저지할 개혁을 감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금융발전을 위해선 외풍이 아닌, 오롯이 ‘경영능력’과 ‘전문성’이 CEO의 선임기준이 돼야 한다. 금융관치가 고개를 숙인 지금이 투명한 인사시스템을 정착시킬 절호의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