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세헌기자] “사업 분리는 같이 살기 위한 유일한 길이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일방적 구조조정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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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6월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에서 열린 노조의 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조합원들이 '구조조정 결사반대' 문구가 적힌 전단을 흔들고 있다. |
사업 분리로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기대하는 현대중공업이 오는 4월 분사를 앞둔 가운데 사측과 노조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오는 27일 주주총회를 열어 회사를 조선·해양, 전기·전자, 건설장비, 로봇 등 4개 법인으로 분사하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조선과 비조선 등 이질적인 사업이 하나로 묶여 비효율성이 존재했다는 점을 분사의 핵심 이유로 들고 있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조선 위기 극복을 위해 지난해 6월 3조5000억 규모의 자구안 계획을 승인받았다.
자구안 계획에는 투자 목적으로 보유 중인 유가증권이나 울산 현대백화점 앞 부지, 울산 조선소 기숙사 매각 등 자산 처분 외에 지게차·태양광·로봇 등 사업 분야 분사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이 밖에 임금 반납과 연장근로 폐지, 비핵심업무 아웃소싱, 인력 조정 계획도 나왔다.
그동안 현대중공업은 자구계획을 통해 보유 주식, 부동산 등을 대부분 팔았지만, 아직 7조원이 넘는 차입금이 있는 상태다.
분리되는 회사에 차입금을 나눠 배정하면 현대중공업은 총 차입금이 3조9000억원 수준으로 줄어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차입금 7조3000억원 가운데 약 27%인 2조원을 현대로보틱스로 배정할 예정인데, 이는 즉시 2조원의 현금이 유입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것이란 현대중공업의 설명이다.
현대중공업은 재무 안정성이 높아지면 조선업 불황이 지속되더라도 고용을 유지할 수 있고, 시황만 좋아지면 신규 투자도 늘어나 다시 한 번 도약할 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전면파업도 불사하겠다”는 노조의 입장은 현재도 완강하다. 사업 분리는 결국 경영권 승계를 위한 구조조정의 핵심이라는 이유에서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해부터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도 열고 있지만, 수십여 차례 협상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을 놓고 노사 간 갈등을 빚으면서 아무런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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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 |
회사의 분사에 강력히 대처할 뜻을 밝혀온 노조는 구조조정 철회가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 마무리의 전제조건이라고 밝힌 바 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의 분사 구조조정이 노조 힘을 약화하고, 분사 뒤 지분매각 등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서 "조합원의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파업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노조의 이같은 반발에 현대중공업은 정부가 규제하고 있는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제라도 지주회사로 전환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해야 한다는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사업분리와 지주회사 전환은 원칙과 절차에 따라 이뤄지고 있으며, 주주의 지분 이동이 포함되지 않아 경영권 승계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은 관계자는 "현재 구조에서는 모든 투자가 매출 비중이 큰 조선·해양 위주로 이뤄지고, 비조선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며 "사업분리는 각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어 "분할하면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지고 업무 배분의 효율성도 높아져 기업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면서 "독립 경영체제로 연구개발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품질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며 사업분리 시 고용과 근로조건도 모두 승계될 것임을 강조했다.
노사가 이처럼 구조조정 현안을 놓고 힘겨루기 하면서 지난해 임단협 타결도 아직까지 불투명한 상태다. 사측이 구조조정을 중단하지 않으면 임단협을 마무리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교섭 난항은 계속될 전망이다.
노사는 지난해 5월 임단협 상견례를 시작해 60여 차례 교섭에도 아직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임단협 과정에서 회사의 희망퇴직과 사업 부문별 구조조정이 이어지져 노사 갈등만 커졌다.
한편 현대중공업이 이번 주총에서 처리할 안건은 상정에 이어 질의·응답 절차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이의가 있으면 안건에 대해 투표하고 주식 수에 따라 찬성이 많이 나오면 통과된다.
현재로서는 회사와 노조는 물론 회사와 정치권·자차체간 논점의 차이까지 불거져 갈등이 표면화한 가운데 주총이 다가오고 있어 업계와 지역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디어펜=김세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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