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부 사라진 삼성, 신수종 사업재편 브랜드가치 공유 시급
   

삼성그룹 강점은 오너의 강력한 리더십과 미래전략실, 계열사간의 긴밀한 3각편대에 있다.

이병철 창업주, 이건희회장, 현 이재용부회장은 카리스마적 리더십과 기업가정신, 기업보국정신으로 미래 신수종 육성에 전력투구했다. 삼성총수들은 국가경제발전과 그룹의 발전을 동일시했다. 국가기반산업에 진출해서 국부를 살찌우는 데 기여했다.

반도체에 대한 출사표는 전형적인 기업가정신이 발휘된 케이스다. 참모들과 대학교수들마저 삼성이 반도체에 뛰어들면 망한다고 난리법석을 떨었다. 이병철회장과 이건희회장은 그룹명운을 걸고 반도체사업을 밀어부쳤다. 삼성은 일본반도체업체들의 고사작전과 경영난을 극복하고 세계최고의 반도체메이커로 부상했다. 반도체는 슈퍼호황이 도래하면서 삼성전자의 효자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미래전략실은 과거 비서실, 구조조정본부로 불렸다. 삼성의 심장부였다.59년 이병철회장이 만든 비서실이 원조다. 오너의 경영철학과 방침을 계열사에 전달하고, 일사분란하고 원삼성을 위한 효율적인 경영시스템을 구축했다. 기획 재무 인사 법무 홍보 감사 등 부문별 파트는 최고의 팀워크와 충성심, 청렴성을 바탕으로 총수를 보필했다. 계열사들을 경영자문하고, 신규사업 투자와 인사 관리, 계열사 비위감사등을 지휘했다.

역대 그룹조직수장은 명참모들이었다. 1기 비서실인 이병철회장 시절엔 소병해실장이 두드러진 업적을 남겼다. 소실장은 이병철회장이 주재하는 어전회의에서 발언자와 발언내용까지 미리 체크하는 등 물샐틈없는 보좌를 한 것으로 유명했다. 2기 비서실인 이건희회장 시절엔 이수빈과 현명관실장, 이학수 부회장등이 그룹2인자로서 계열사를 이끌어갔다. 

이수빈비서실장은  93년 신경영을 발진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이회장에게 양경영도 중요한 것 아니냐하고 했다가 혼쭐이 났다. 이회장은 테이블의 물잔을 치면서까지 삼성이 살기위해선 양경영을 버리고 질경영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경영은 이회장의 단호한 질경영, 신경영선언에서 발화됐다. 

이회장은 계열사 경영엔 관여하지 않고, 미래먹거리 개발과 경쟁력강화 등 큰 그림과 전략을 짰다. 이회장은 삼성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경제를 고민하고 미래를 제시하는 경세가였다. 그룹경영은 이수빈실장과 이학수부회장의 구조본과 계열사 사장들에게 맡겼다.

2기 구조본은 93년에 발진한 신경영과 외환위기 시절 자동차사업 실패의 상흔을 딛고 그룹을 반석에 올려놓았다. 2000년대들어 세계최고의 전자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결정적인 기반을 마련했다. 난공불락 일본 소니를 제쳤다. 일본 전자업계의 영업이익을 다 합쳐도 삼성전자에 미치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 삼성은 패스트 팔로워에서 퍼스트 무버가 됐다. 혁신을 선도하는 위치가 됐다.

   
▲ 이재용 부회장이 미래전략실 해체 등 초강수 혁신조치를 마련했다. 그룹컨트롤 타워가 없어질 경우 삼성의 신수종육성, 중복사업 정리 등에서 어려움이 예상된다. 편파적인 특검수사를 계기로 정경유착 부정적 이미지를 타파하려는 이부회장의 결연한 의지가 돋보인다./연합뉴스


구조본은 노무현정부 시절 삼성X파일 사건이 터지면서 해체되는 비운을 맞았다. 이건희회장과 이학수 부회장 등 그룹수뇌부가 수사를 받았다. 이회장이 경영일선에 잠시 퇴진했다.  이회장은 글로벌금융위기이후 경영에 복귀해 그룹을 안정시켰다.

3기 미전실은 2014년 이회장의 와병이후 이재용부회장을 보필하는 참모조직으로 새롭게 개편됐다. 미국 MBA출신답게 의전을 최소화했다. 전용기도 매각하고, 직접 가방을 들고 다녔다. 창업주와 부친과는 달리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망기업들을 과감하게 인수합병했다. 순혈주의에서 벗어났다.

외부수혈을 통해 덩치를 키우고, 미래먹거리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스마트폰사업에서 미국 자존심 애플을 누르고 세계1등을 했다. 이부회장의 경영능력과 경영권승계에 못마땅한 반응을 보여온 좌파들에게 그는 눈부신 실적으로 응수했다. 미국 월가 등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받았다.  

이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세계최고급 오디오업체인 미국 하만을 8억달러에 전격 인수했다.자율주행차시대에 자동차부품사업을 선점하려는 포석이었다. 삼성페이등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분야에 필요한 유망기업들을 잇따라 '쇼핑'했다. 재계3세들의 글로벌 경영마인드를 선도했다.   

미전실은 삼성의 상징이다. 삼성의 경쟁력이다. 세계최고의 전자메이커로 도약하는 심장부 역할을 했다. 총수와 미전실, 계열사간의 3각편대가 오늘의 삼성을 일궜다. 한국경제의 기적은 삼성식 3각편대가 큰 역할을 했다. 제조업 불모지에서 반도체 LCD 가전 스마트폰, 바이오사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일궜다.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사업 등 신수종 육성을 위한 인규베이터 역할을 했다.

미전실은 삼성의 목적지까지 항해시켜주는 나침반이었다. 밤하늘에 밝게 빛나는 북극성(오너)을 중심으로 별들이 질서정연하게 운행하도록 하는 컨트롤 타워역할을 했다. 

   
▲ 삼성은 미전실 해체로 계열사 자율경영, 이사회중심의 경영체제로 전환된다. 그룹단위의 모든 행사대 없앴다. 그룹공채를 통한 지방대생및 고졸채용 우대가 사라지고, 사회공헌도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연합뉴스


삼성그룹이 28일 미전실 해체 등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편파 특검이 이재용부회장을 무리하게 기소한 것을 계기로 단행됐다. 그는 검찰과 특검에 숱하게 소환돼 조사를 받고 구속되면서 극단적인 혁신조치를 마련했다. 정경유착 등의 그릇된 이미지를 해소하고, 본연의 경영에 전념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혁신방안은 그룹조직 해체와 계열사별 자율경영이 핵심이다. 삼성그룹이란 용어도 사라진다. 미전실을 지휘해온 최지성 부회장, 장충기 사장도 퇴진했다. 미전실 소속 200명이 계열사 복귀명령이 내려졌다. 미전실 임직원 모두가 짐을 싸게 된 것.

미전실이 해체된 것은 유감이다. 삼성의 경쟁력강화와 신수종을 육성, 발굴해온 심장부가 사라지는 것은 안타깝다. 최순실 국정농단사태가 가져온 참사다. 검찰과 특검, 정치권, 전투노조, 좌파언론들이 합작해서 미전실 해체를 압박했다.

미전실은 황제경영을 위한 조직으로 비난받지만 사실과 다르다. 글로벌기업의 일사불란한 팀워크와 효율적인 경영, 중복사업 정리와 초기 적자가 우려되는 신수종사업에 대한 그룹지원등을 위해 필요하다. 김상조 장하성류의 서푼짜리 반대기업 좌파학자들에게 세뇌당한 정치인들이 미전실해체를 선동해왔다. 청와대도 대통령을 보필하기위해 필요하듯이 그룹조직도 스태프조직은 필수불가결하다.  

삼성은 미지의 항해를 하게 됐다. 계열사별로 온갖 폭풍과 바람을 해치고 목적지를 향해 가야 한다. 각사 최고경영자가 그룹 조력없이 인사 재무 신규투자 등을 책임져야 한다. 계열사 이사회중심의 경영을 해야 한다.

사장단회의와 그룹단위 신입사원 연수, 최고경영자 세미나등도 사라진다. 청와대와 정부 검찰 국회 등 대관업무조직도 없어진다. 사회공헌조직도 없어진다. 연초마다 사회복지기금으로 500억원을 내는 것도 힘들어질 전망이다.  정치권 검찰 좌파언론의 과도한 삼성때리기가 결국 사회적 역자들에 대한 지원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대기업을 적으로 몰아가는 경제민주화광풍과 특검의 공포수사가 대기업 강점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사회적 책임경영과 기여마저 힘들게 하고 있다. 검찰이 정치권과 여론의 눈치를 봐가면서 공익재단 출연등을 뇌물죄로 몰아가는 황당한 경영리스크가 삼성의 대외적 역할을 축소시키고 있다.
그룹매출 400조원의 글로벌기업이 컨트롤타워없이 삼성브랜드 가치와 문화를 공유할지는 미지수다. 

   
▲ 삼성계열사들이 각자도생하는 새로운 실험을 하게 됐다. 그룹심장부가 없어지면서 사장단 임원인사가 폐지되고, 계열사 독립경영체제로 전환된다. 삼성의 강점이 사라지는 만큼 브랜드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과제로 대두하고 있다. /연합뉴스

계열사별 중복사업조정이나 그룹차원의 고졸및 지방대출신 우대정책도 시험대를 맞았다. 미전실의 순기능이 사라질 것이란 우려도 적지않다. 조선및 건설산업 위기로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독자생존도 관심거리다. 비주력사 매각과 사업재편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부회장은 세계1~2등 하지 못하는 사업은 매각하거나 더 잘하는 기업에 넘겨주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철학을 갖고 있다. 이건희회장은 한국경제의 전반적인 경쟁력강화와 업그레이드를 위해선 비주력사도 함께 가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경세가 입장에서 삼성경영을 해왔다. 한국최고의 경쟁력있는 집단인 삼성이 주력, 주력사 모두 키워서 국가경제에 기여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다. 가업을 수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이부회장은 삼성의 경쟁력만을 생각한다. 미국식 경영수업을 받은 3세 경영자답게 잭 웰치식의 세계1~2등사업에만 주력해야 한다는 철학이 확고하다. 그는 화학 방산부문을 한화에게 과감하게 매각했다.

그룹조직이 해체돼도 삼성브랜드와 문화 철학을 공유하는 조직은 필수적이다. 계열사별 자율경영은 존중하되, 삼성이란 브랜드가치는 함께 하는 연대는 필요하다. 미쓰비시와 미쓰이 등 일본 재벌들은 맥아더사령부에 의해 해체됐다. 이전의 강력한 재벌체제는 없어졌지만, 은행 등 지주사를 중심으로 연대조직을 형성해서 그룹경영을 하고 있다.

SK도 최태원회장이 사법처리된 후 강력한 그룹조직을 없앴다. 대신 느슨한 연대로 SK 브랜드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고 최종현회장 시절의 경영관리실같은 그룹조직은 없어졌어도, '따로 또 같이'란 캐치프레이즈로 같이 항해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없다는 언론보도는 필자를 착잡하게 만든다. 삼성은 재계의 기함이다. 재계의 발전을 선도한다. 이부회장의 과감한 경영혁신이 삼성경쟁력과 강점을 위축시키지 않는 선에서 슬기롭게 이뤄져야 한다.

권력과 정치권. 시민단체의 대기업 옥죄기도 해소돼야 한다. 제왕적 대통령과 입법독재를 휘두르는 국회의 겁박과 협박이 시정되지 않으면 삼성의 뼈를 깎는 혁신은 의미가 없어진다. 삼성 등 그룹조직은 제왕적 대통령과 정부의 전방위 규제, 입법독재시대에 대응하는 측면도 강했다. 삼성 혁신과 청와대 정치권 자정과 갑질 내려놓기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이의춘 미디어펜대표
 


   

[미디어펜=이의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