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정광성 기자]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첫 주말 각 대선주자들의 행보는 ‘발 빠른 문재인’ 대 ‘조용한 정국구상’으로 대비된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은 팽목항을 찾은 뒤 광주를 방문, ‘집토끼’ 결집에 주력했다. “정권교체를 해야 명예로운 시민혁명이 완성된다”고 외치는 그는 당장 2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 레이스의 스타트를 먼저 끊었다.
반면, 안희정 충남지사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별도의 일정없이 정국 구상을 이어갔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예배에 참석해 통합과 화합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함께 국민통합을 위한 대연정 토론회를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세금투입없이 450만여명에게 신용 대사면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한 가계부채 공약을 발표했다.
문 전 대표는 10일 탄핵선고 직후 진도 팽목항을 찾았다. 사실상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시발점이 된 세월호 사건을 추모하는 것으로 ‘집토끼 결집’으로 대권 행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셈이다.
문 전 대표는 이어 11일에는 광주를 찾아 북동성당 미사에 참석했다. 대선 승리를 위해 기필코 달성해야 할 호남에서의 ‘반문 정서’를 무마시키기 위해 철저히 계산된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팽목항에서도 “아직 절반의 승리입니다. 지금까지 국민의 상처, 분열, 갈등을 이제 치유하고 마음들을 함께 모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라고 방명록을 남겼다.
광주에서는 “우리가 정권교체해서 새로운 정부를 세운다면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국가균형발전을 추진할 수 있다”며 “특히 광주를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 만들 계획으로 아시아문화전당을 세웠지만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정부는 광주를 대한민국의 문화수도가 되고 나아가 아시아 전체의 문화중심도시가 되도록 육성해나갈 것이다. 산업적으로는 자동차 100만대 생산도시, 전기차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면서 이제는 우리가 그 꿈이 반드시 실현되도록 광주시민들과 함께 해 나가겠다”며 호남 공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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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첫 주말 각 대선주자들의 행보는 '발 빠른 문재인' 대 '조용한 정국구상'으로 대비된다./사진=연합뉴스 |
안희정 지사는 탄핵 선고일인 9일 충남도청에서 도정을 챙겼다. 지방자치정부의 책임자로서 국가위기와 혼란 앞에서 국민들이 느낄 불안과 고통을 추스른다는 취지이다. 안 지사의 일시적인 선거운동중단은 문 전 대표와 다른 전략으로 박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해 갈 곳을 잃은 중도보수층의 지지율을 챙기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안 지사는 대연정론을 들고 나오면서 문 전 대표의 확장성 및 통합력 부족을 비판하며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결과 승복,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대연정 가능성 등 중도 및 보수층에도 어필할 수 있는 발언을 쏟아낸 바 있다.
안 지사는 대통령 탄핵 뒤 성명을 내고 “대한민국 헌정사에 불행한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 참으로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지금부터 시작해 대한민국은 새롭게 태어나 그동안 모순과 갈등을 뛰어 넘고 모두가 하나가 되어야 할 것”이라며 국민통합을 강조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탄핵 뒤 주말 공식 일정없이 당내 경선에 매진하는 모습이다. 다만 그는 11 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헌재의 탄핵으로 증명한 민주주의의 위대함을 국민의당과 안철수가 이어가겠다”며 “탄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60일 안에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대통령 탄핵과 동시에 당내 경선을 시작해야 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은 전날 현장투표 80% 여론조사 방식 20%의 경선 룰을 확정짓고 오는 13~14일 후보자 등록을 진행, 내달 9일을 전후해 후보를 선출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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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른정당 대선후보들인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의원/사진=연합뉴스 |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12일 "정치권이 이럴 땐 선거보다 국민 통합에 힘을 모으려면 선거 운동을 자제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이날 오전 여의도 순복음교회 예배 후 기자들과 만나 "너무 탄핵 때문에 나라가 찢기고 편이 나눠져 있다"며 "아직 공약 발표를 더 할 게 일부 남았는데 지금 당장은 너무 힘든 상황"이라며 "일단 탄핵을 둘러싸고 그동안 보인 분열 이런 것이 가라앉을 때까지, 통합 분위기 형성까지 조용히 지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11일 탄핵촉구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정치인들이 더 이상 촛불집회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한다”며 “이미 다시 과거로 돌아가 통합의 이름으로 이 나라를 이렇게 만든 그들과 함께 가자고 한다. 그것을 용서할 수 있냐”고 주장했다.
이어 “통합과 봉합은 다르다. 수없이 싸웠지만 통합이란 이름으로 사실은 봉합을 해왔다”며 “통합이란 이름으로 다 용서하고 책임을 묻지 않고 적당히 얼버무려 다 데리고 가는 게 아니다. 진정한 적폐청산을 통해 민주공화국을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
자신의 지지율을 무려 10%p 이상 올려준 촛불집회에서 다시 광장의 힘을 느껴보고자 한 것으로 해석되며 동시에 당내 경선을 앞두고 안희정 후보의 통합 정신을 비판하면서 문재인 후보의 적폐청산에 동조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디어펜=정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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