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직접 발표한 청와대 실장과 장관 후보자 발표도 파격의 연속이었다.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해 재벌개혁 의지를 더욱 강조한 것은 물론 비 외무고시 출신인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인선으로 유리천장 깨기도 이어갔다. 헌법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 김광두 서강대 교수를 임명하면서 “경제에서도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신설된 보직이면서도 인사가 늦어졌던 청와대 정책실장에 장하성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를 임명했다. 장 후보자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 초대 소장을 지냈다.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직을 제안했지만 고사하기도 했다.

전형적인 개혁론자로서 재벌개혁운동을 해온 장하성 정책실장을 임명하면서 문 대통령의 적폐청산 의지도 재차 강조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책실장은 새 정부의 인수위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 구성에서 3명으로 정해진 부위원장도 겸하게 된다.  

문 대통령은 “장하성 교수는 한국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지속적으로 연구해 오신 경제학 분야의 석학이자 실천 운동가”라며 “과거 재벌, 대기업 중심 경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사람 중심, 중소기업 중심으로 경제·사회 정책을 변화시켜 경제민주화와 소득주도성장, 국민성장을 함께 추진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특히 한국 경제에 대한 해박한 이론을 바탕으로 경제력 집중 완화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운동을 해온 경험이 한국 사회의 구조적 난제들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장하성 신임 정책실장은 1953년 광주 출신으로 경기고,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펜실베니아주립대학 유펜 와튼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경영전문대학원 원장, 한국재무학회 회장,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정책실장과 함께 관심을 모았던 청와대 안보실장에 정의용 전 주제네바 대사가 임명됐다. 지난 대선캠프에서부터 문 대통령의 측근에서 외교안보자문을 맡아온 만큼 예상된 인선으로 분류된다. 주 제네바 대사 출신이면서 17대 국회의원도 역임해 정무적 균형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북핵, 사드, FTA 등 안보, 경제, 외교가 하나로 얽혀 있는 숙제들을 풀기 위해서 확고한 안보정신과 외교적 능력을 보유한 후보자로 발탁했다”며 “다자외교를 통한 북핵과 사드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정의용 신임 안보실장은 1946년 서울 출신으로 서울고,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외무고시 5회 출신으로 국제노동기구(ILO) 이사회 의장,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조정관을 거쳤다.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 등 일부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장하성 정책실 장, 문 대통령, 임종석 비서실장,/사진=연합뉴스


외교부장관에는 비 외무고시 출신이자 여성인 강경화 유엔사무총장 정책특보가 지명됐다. 강 후보자는 최초, 최고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외교 전문가로서 첫 여성 외교부 국장도 지낸바 있다. 현재 유엔 사무총장 특보이면서 쿠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인수팀장을 맡았다.

문 대통령은 “국내외에서 쌓은 전문성과 외교 네트워크로 민감한 외교 현안을 해결할 적임자라고 판단한다”며 “내각 구성에서 성평등이란 관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는 1955년 서울 출신으로 이화여고, 연세대 정외과를 졸업했다. 메사츄세츠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박사학위를 받았다. 유엔 인도주의조정국 사무차장보 겸 긴급구호 부조정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부대표, 외교통상부 국제기구 국장, 유엔 여성지위위원회 위원장, 국회의장 국제비서관을 지냈다.  
  
내각 인사와 관련해 당초 청와대는 다음주 두 차례에 나눠서 차관 인사부터 단행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날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와 함께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먼저 발표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 때 ‘국가비전 2030’ 작성을 총괄했던 인물이다. 지금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을 잘 알고 있어 일관성 있는 정책을 총괄할 수 있는 능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거시경제 통찰려과 조정 능력을 겸비한 유능한 경제 전문가로 꼽힌다.

문 대통령은 “경제사령탑인 경제부총리의 인선에서 종합적인 위기관리 능력과 과감한 추진력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다”며 “저와 개인적인 인연은 없지만 청계천 판자집의 소년가장에서 출발해서 기재부 차관과 국무조정실장까지 역임한 분으로서 누구보다 서민들의 어려움을 공감할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1957년 충북 음성 출신으로 덕수상고, 국제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행정고시 26회, 입법고시 6회 출신이다. 미시간대 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국무조정실장, 기획재정부 2차관,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세계은행 선임정책관을 지냈다.,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을 임명하는 인사 발표도 있었다. 김 부의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당시 내걸었던 일자리 마련을 통한 소득주도성장론, 국민성장론을 발전시킨 ‘사람경제 2017’ 구상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지난 정부에서 자문기구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앞으로의 위상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김 부의장은 200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내 경선 당시 내세운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 공약을 제안한 걸로 잘 알려져 있다. 이후에도 ‘박근혜의 경제교사’로 불렸고, 2010년 박 전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의 원장을 맡았다. 하지만 이렇다 할 직책이나 역할을 맡지 못해 관계가 소원해진 그는 최경환 전 부총리의 경제정책을 비판했고,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지적과 함께 박근혜 정부와 각을 세웠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저는 우리 경제를 살리는데 국가의 역량을 모으기 위해 헌법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를 활성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잘 아시는 것처럼 김광두 원장은 대한민국 개혁적 보수를 대표하는 경제학자이다. 저와는 다소 다른 시각에서 정치·경제를 바라보던 분이었지만 이제 경제 문제에 있어서도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국민의 삶을 중심에 놓으면 얼마든지 함께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김광두 부의장은 1947년 전남 나주 출신으로 광주제일고,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하와이대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강대 부총장과 학국국제경제학회 회장을 지냈다.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에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과 문정인 연세대학교 교수를 임명했다. 문 대통령은 “비록 비상임이지만 국제사회에서 이미 그 능력과 권위를 인정받고 계신 두 분이 참여함에 따라서 산적한 외교안보 현안의 실마리가 풀려나갈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앞으로 두 분은 새 정부의 통일외교안보 정책 기조와 방향을 저와 함께 논의하고, 챙겨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전 회장의 경우 이번에 미국특사로 파견될 만큼 미국 사정에 정통하고 인적 네트워크가 탄탄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9년 중앙일보 회장을 맡은 이후 세계신문협회(WAN) 회장도 역임하다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주미대사를 지내기도 했다. 주미대사 임기를 마친 뒤 2006년 중앙일보 회장에 재취임해 2011년부터 JTBC 회장까지 겸임해오다 지난 3월 19일 대선 정국에서 중앙일보와 JTBC 회장직을 사임했다.

홍석현 특보는 1949년 서울 출신으로 경기고,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포드대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에서 햇볕정책과 평화번영정책에 대한 이론 구축 작업에 깊숙이 관여했던 저명한 국제정치학자이다. 정부와 학계 모두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문 교수는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개최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을 수행해 평양을 방문하는 등 햇볕정책의 전도사 역할을 수행했다.

문정인 특보는 1951년 제주 출신으로 오현고,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메릴랜드대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반도평화포럼 상임공동대표,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대사, 대통령 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 연세대 정외과 교수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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