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안보라인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새 정부의 인사 가운데 가장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군 출신이 기용되던 관례를 깨고 통상 전문인 외교관 출신이 기용됐다. 문 대통령은 정의용 신임 안보실장 인사발표에서 “안보와 외교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했다.
외교부장관에는 관례를 깨고 처음으로 비 고시 출신에 여성 후보자를 내정했다. 외무고시 출신도 아니고 북미라인도 아니라는 점에서 순혈주의를 깼다는 평가가 나오는 강경화 유엔 사무총장 정책특보는 다자외교 전문가이다.
능력을 갖춘 인물을 기용한 데서 기대감도 있는 반면, 이번 정권에서도 북핵 문제를 포함한 통일외교 현안에 청와대의 입김이 셀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미국 일변도 외교에서 벗어나 외교의 지평을 넓히는 정책이 이뤄지면서 외교부 개혁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외교부의 주류는 대미 라인이 장악해온 것이 사실이다. 미국 전문가들의 요직 독점은 한국 외교력의 한계를 불러왔고 지평을 확대시키는 요인이 된 측면이 있다는 평가가 많다. 더구나 서울대 외교학과와 외무고시 출신의 요직 독식은 종종 입방아에 오른 일도 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는 연세대 정외과를 졸업했다. 메사츄세츠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박사학위를 받았다. 유엔 인도주의조정국 사무차장보 겸 긴급구호 부조정관을 지내는 등 우리나라 출신 여성으로서 유엔에서 최고위직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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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 관저에서 집무실인 비서동 여민관으로 걸어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우측은 주영훈 청와대 경호실장, 좌측은 송인배 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일정총괄팀장./사진=청와대 제공 |
장경화 후보자가 장관으로서 외교부 개혁과 다자외교의 지평을 넓히는 역할을 한다면 정의용 안보실장은 문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통일외교정책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은 문 대통령의 취임 직후부터 청와대에서 외교안보TF를 이끌어왔던 만큼 누구보다도 문 대통령의 정책 방향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더구나 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에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과 문정인 연세대학교 교수를 임명했다. 문 교수는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에서 햇볕정책과 평화번영정책에 대한 이론 구축 작업에 깊숙이 관여했던 저명한 국제정치학자이다. 홍 전 회장은 이번에 미국특사로 파견될 만큼 미국 사정에 정통하고 인적 네트워크가 탄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함의 이름도 통일을 맨 앞에 둔 통일외교안보특보인 홍석현·문정인 두 전문가에 정의용 안보실장과 장경화 외교부장관 다음 통일부장관 인선까지 마치면 문재인 정부에서 통일부와 외교부가 펼칠 역할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본 언론들은 장경화 후보자가 외교부장관이 되면 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건 위안부합의 재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일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강 후보자가 유엔에서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부대표, 여성지위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한 것을 거론, “강 후보자가 과거 인터뷰에서 유엔 근무를 희망한 이유로 위안부 문제를 세계에 알리는 업무와 관련된 경험을 제시했다”고 소개했다.
이 신문은 이어 “한일 간 현안으로 남아있는 위안부 문제에서 한국의 원칙적 입장을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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