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정부는 단연 노무현 정부를 계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통일외교정책의 회기 여부가 주목된다. 보수정권 9년만에 진보정권이 탄생한 만큼 대북정책의 기조가 지금까지의 압박에서 대화로 달라질 경우 국제사회의 대북공조의 틀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적인 대북정책 공약은 남북한의 시장통합과 경제공동체를 염두에 둔 평화협력이다. 최근 인수위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의 이수훈 외교안보분과위원장은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한반도 신경제구상’을 강조했다.
한반도 통일을 지향할 때 궁극적인 목표인 점은 분명하지만 당장 새 정부 앞에 놓인 시급한 통일외교 현안은 사드배치 여부와 북한 핵·미사일 문제이다. 사드배치 문제와 관련해 청와대는 일단 말을 아끼는 상황으로 오는 6월 말에 있을 한미정상회담이 문 대통령의 외교력은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다. 최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사드를) 돌려보내는 문제까지 포함해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으나 청와대도 같은 생각이라는 근거는 아직까지 없다.
청와대는 앞서 미국과 중국에 다녀온 특사들의 보고 내용으로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알려진 바로는 중국과 미국 모두 사드배치와 관련해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특사단과의 간담회에서 사드와 위안부합의와 관련해 모두 “할 말을 제대로 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중국 정부는 이해찬 중국특사단에 “결자해지”를 언급하며 사드배치 중단 및 완전한 철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석현 미국특사는 “미국은 사드배치가 그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고, 다만 한국에서 한번 의견수렴을 거치는 과정에 대해서 이해하는 수준”이라고 전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사드배치의 국회 재논의를 주장한 바 있다. 6월 임시국회에서 이 문제가 어떻게 논의될지 주목되는 가운데 청와대는 사드 담판을 장기과제로 넘길 것이란 여권 관계자의 전언도 나와 있다. 하지만 한미정상회담에서 어떻게든 사드배치와 관련한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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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미·중·일·러 ·유럽연합 주요국 특사단과 오찬 간담회를 하기 위해 청와대 본관 인왕실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영길 러시아특사, 문희상 일본특사, 문 대통령, 홍석현 미국특사, 이해찬 중국특사./사진=연합뉴스 |
북한 핵·미사일과 관련해서는 문재인 정부도 더 이상 이 문제가 남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을 토대로 하고 있다. 지난 16일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은 매슈 포틴저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을 만난 자리에서 북핵의 완전 폐기 등을 합의했다.
한미 양국은 북핵의 완전한 폐기 외에도 제재와 대화를 포함한 모든 수단 동원, 북한과 올바른 여건이 이뤄지면 대화 가능, 이를 위한 과감하고 실용적인 한미 간 공동방안 모색을 추구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라인이 외교 전문가 중에서도 ‘대화파’들이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특보, 김기정 국가안보실 2차장은 대화와 협상을 중시하는 비둘기파로 특히 문정인 특보는 앞서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한미연합훈련의 잠정 중단과 5.24 조치 재검토 가능성도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대북정책과 관련해 사실상 모든 옵션을 대화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상태이지만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공조는 여전히 유효하다. 26∼2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강경 대북공조 기조를 재확인한 것은 물론 회원국이 193개 국에 달하는 유엔 차원의 대북제재 결의도 이어져온 과정을 문재인 정부가 무시할 수는 없다.
더구나 북한은 새 정부 들어 29일까지 벌써 4번째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도발을 멈추지 않고, 국제사회의 공조는 더 강경하게 흐르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는 중국·러시아와 풀어나가는데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이전 정부에서 한 것처럼 미국의 압박 기조에만 기댈 가능성은 없다는 게 확실하다. 문 대통령은 저서 ‘사람이 먼저다’에서 “북핵 문제를 6자회담으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문 대통령은 저서에서 “중국과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들과도 호혜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해 나가면서 균형 있는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아무리 중요한 관계의 나라라도 그 어느 한쪽으로만 올인해서는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기 어렵다”고 했다. 즉 다자외교를 강조한 것으로 지금 청와대 외교안보라인 인선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문재인 정부의 대미, 대중 외교의 현안은 당장 사드배치 문제와 북한 핵·미사일 문제로 귀결되고, 우리나라와 미중 양국이 공통 현안이 된 셈이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앞으로 한국과 미국, 중국 또는 한·미·중·일, 한·미·중·일·러가 머리를 맞대는 ‘일괄 상정 및 일괄 타결’ 방식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즉, 사드배치 문제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핵 폐기 혹은 동결에다 북미간 평화협정 체결까지 동시에 논의해서 접점을 찾아서 타결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 역시 결코 쉽지 않겠지만 진전 없는 논의에서 새로운 접근이란 점에서 시도해볼만한 방식이란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사드 문제는 내부적으로 성주골프장 부지 매입 등에 따른 예산 소요에 대해 국회 비준 절차를 밟아야 하고, 대외적으로는 한미중은 물론 북한까지 참여하는 다자회담에서 북핵·사드·평화체제 문제를 일괄 상정·일괄 타결해 단계적·병렬적으로 이행하는 방안이 설득력을 지닌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또 “정부는 사드배치 문제와 한반도 비핵화 방침에 대한 대외정책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며 “가령 앞으로 1년 정도 논의 기간을 제시하고, 그 기간동안 미국은 사드 운용을 보류하고, 중국은 보복을 중단하는 조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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