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홍샛별 기자]30일 오전 인천 남항에서 서쪽으로 10㎞ 떨어진 해상. 망망 대해에 떠 있는 배 내부에 설치된 모니터에 'welcome press(웰컴 프레스)' 라는 문자가 선명하게 새겨졌다. SK텔레콤이 인류 마지막 통신 음영 지역인 ‘바다’에서 수중 통신 기술을 활용한 문자 송수신에 성공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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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중 통신으로 전달된 가상의 지진 경보를 특수 장비(오실로스코프)를 통해 확인하는 연구 팀의 모습. /사진=SK텔레콤 제공 |
SK텔레콤은 수심 약 25m, 거리 800m의 바닷속 환경에서 이뤄진 이날 통신 기술 실험에 성공함으로써 '바닷속 통신 기지국' 건설의 청신호를 밝혔다.
지난 2015년 시작된 '기지국 기반 수중 통신기술' 국책 과제의 성과가 점차 가시화 되고 있다. 오는 2021년까지 7년 과제로 진행되는 '기지국 기반 수중 통신기술' 연구에는 SK텔레콤, 호서대학교 등 13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수중 통신 기술은 국토의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더욱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잠수함 탐지 등 국방적 측면에서부터 △수자원 먹거리 안전을 위한 방사능/패류 독소 감시 및 적조 모니터링 △쓰나미·해저 지진 조기 경보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SK텔레콤은 이날 바닷속 수온과 염도·조류 속도 등 10여개 정보를 측정, 이를 음파(3~70KHz)에 LTE 주파수를 얹는 방식을 활용해 문자뿐 아니라 사진 데이터까지 20초 간격으로 연속 송수신했다.
바닷물의 혼탁도가 심한데다 수심이 얕고, 조수 간만의 차가 큰 서해에서 시연은 수중 통신망의 성능을 검증하는 계기가 됐다는 게 연구진의 평가다.
고학림 호서대 교수는 "바닷속에서 수중 기지국을 만드는 수중 통신 방식 실증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라며 "척박한 환경의 서해에서 시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건 향후 다른 어떤 바다에서도 기지국 설립 및 안정적 통신이 가능하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바닷속에서의 통신 속도는 약 15㎞/s 정도다. 그러나 수심, 바닷물의 온도 등 다양한 변수에 의해 시시각각 속도가 바뀐다. 서해는 여러 측면에서 통신이 어려운 조건을 두루 갖춘 지역이다. 즉 서해에서 시연을 성공했다면 지구상 어느 바다에서도 충분히 해당 기술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특히 연구진은 이를 위해 '적응형 통신 방식'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적응형 통신 방식이란 해저면에 설치된 수중 기지국이 각각의 바다 환경에 맞는 최적의 통신 방식을 스스로 찾아 데이터 송수신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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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T-호서대 등으로 이뤄진 '수중 통신망' 공동연구팀이 지난 30일 인천 남항에서 서쪽으로 10여km 떨어진 바다에서 'LTE방식을 활용한 기지국 기반 수중 통신 기술' 시험에 성공했다. 사진은 수중 통신에서 데이터를 수신하는 역할을 하는 하이드로폰(음파수신기) 장비를 바닷속으로 내리는 연구 팀의 모습. /사진=SK텔레콤 제공 |
수중 기지국 기반 통신망은 크게 '수중 센서-수중 기지국-해상 통신 부표'로 구성된다. 센서에서 수집된 정보는 기지국을 거쳐 해상 통신 부표에 전달되고 이 데이터가 다시 위성-LTE 등 통신망을 거쳐 지상으로 전송되는 구조다. 물속에서는 음파를, 공기 중에서는 전파를 이용해 데이터를 전송한다.
수중 기지국을 설치해 지름 20~30㎞ 지역 안에서 수중 정보를 수집하는 센서와 통신하면 간섭을 최소화하고 저전력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존 음파를 활용한 1 대 1 통신과 비교했을 때 변동성이 심한 수중 통신 환경을 극복하고 저전력·체계적 운용함으로써 실시간·장시간 수중 관측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유선 통신망에 비해 구축 및 운용 비용이 적다는 것도 또 하나의 강점이다.
SK텔레콤은 호서대와 함께 기지국 기반 수중 통신망 연구를 위해 오는 10월께 육상에서 10㎞ 정도 떨어진 서해에 실험망(테스트베드) 구축에 착수할 계획이다. 2020~2021년 쯤 실험망이 최종 완성될 전망이다.
연구진은 "이번 시연에서는 수중 기지국에 모아진 각종 데이터가 수중 통신을 통해 해상 부표 전달에 성공했다"며 "이는 곧 수중 기지국 테스트베드 조성을 위한 핵심 연구 단계를 넘어섰다는 걸 증명한 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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