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9일 오전 긴급이사회를 소집하고 금호타이어의 상표권 허용 여부에 대해 논의한다.

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지난 5일 그룹 측에 금호타이어 매각 시 '금호' 상표권 사용을 허가해달라는 공문을 보내면서 답변 기한을 9일로 정한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금호' 상표권을 연결매출액의 0.2% 요율로 20년간(5년은 확정적 15년은 선택적) 사용하는 것을 박 회장 측에 요구하고 있다.

박 회장은 당초 이사회 개최 등을 이유로 9일로 예정된 답변 시한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었다. 이에 대해 채권단이 거세게 반발하자 이날 이사회를 열게 됐다는 분석이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긴급이사회를 열고 채권단에 보낼 답변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 금일 중 (답변을) 보낼 예정이다"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채권단의 압박이 거세지자 박 회장이 한 발 물러선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고수하던 ‘시간끌기’ 전략을 포기한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채권단 측은 박 회장이 금호 상표권 사용을 허용하지 않으면 이달 말로 예정된 1조3000억원의 차입금에 대한 3개월 만기 연장도 허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으로 그룹 측을 압박하고 있다. 채권단은 해당 안건을 지난달 31일 주주협의회에 부의한 상태다.

채권단이 들고 있는 또 다른 카드는 박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을 박탈할 수 있다는 법적 해석이다. 채권단은 우선매수청구권 약정서에 '금호타이어 매각을 방해할 경우 일방적으로 약정을 해지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박 회장의 답변이 당초 산업은행이 요구한 안과 어긋날 경우 채권단이 어떤 방식으로든 압박의 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 회장이 상표권 사용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 중국 더블스타와의 매각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일각에서 금호타이어를 둘러싸고 채권단과 박 회장 사이에서 소송전이 결국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날 산업은행에 보내게 되는 답변 내용을 이르면 같은 날 오후 공개할 계획이다.

한편 금호타이어는 올해 1분기 매출액 6693억원, 영업손실 282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4.6% 감소하고 영업이익이 적자전환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1만원을 넘어갔던 금호타이어 주가는 9일 11시40분 기준 7420원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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