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임명강행-철회' 기로…文대통령 여야 지도부 면담 변수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청와대가 구명에 나섰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12일로 인사청문 심사 시한이 도래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모두 청와대가 '임명 강행'과 '지명 철회' 두 선택지 중 하나를 택해야 할 상황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강경화 후보자는 교섭단체 야3당의 임명 반대 기류가 팽배하다. 김이수 후보자 임명동의에 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김상조 후보자 인사청문회의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정무위 모두 위원장이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청문보고서 채택을 위한 전체회의 개의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김이수 후보자는 인사청문심사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본회의 표결을 실시하더라도, 한국당·바른정당은 물론 임명에 부정적이었던 '40석 캐스팅보트' 국민의당이 '표결 참석' 의사만 밝혀두고 있어 의원 과반수 참석·과반 찬성을 요구하는 통과를 낙관하기 어렵다.

정우택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12일 문재인 대통령의 '일자리 추경' 시정연설을 앞두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청문회 결과 부적격으로 판정난 김이수·김상조·강경화 후보자 3인에 대해 아무 조치도 없이 야당을 설득하려는 건 일방적 '쇼통'에 불과하다"며 "야당을 설득하기 위해 국회로 대통령이 온다면 먼저 이분들에게 책임있는 조치를 취하라"고 엄포를 놨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국회 비대위 회의에서 "청문회와 관련 청와대와 여당 입장은 '흠결은 인정하지만 무조건 통과시켜달라'는 것"이라며 "어떻게 집권만 하면 과거 적폐세력과 국정수행방식이 똑같아지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강 후보자를 지목해 "국민의 여론도 다른 후보자와는 큰 차이가 있다"며 "국익은 파격적 실험대상이 될 수 없다. 외교공백을 막기 위해서라도 지명을 철회하고 새로운 외교장관 후보자를 속히 내정해 청문요청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 국회 본회의장./자료사진=미디어펜


국민의당은 김이수 후보자에 대해서는 김동철 원내대표가 전날(11일) 기자간담회에서 "김이수 후보자는 경과보고서를 채택하고 표결로 말하면 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김이수 후보자 임명에 부정적이었다가 '보고서채택 후 표결참여'로 한발 나아갔지만 본회의 통과를 보장하는 수준은 아니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낙연 국무총리 인준 때와 달리 바른정당이 '부적격' 의견이 주류여서 국민의당이 절대적인 캐스팅보트가 아닌 상황이다.

국회 인사청문특위는 이날 오전 11시 정당별 간사회의를 열어 김이수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을 재시도할 예정이었지만 전체회의 개최부터 불투명해 진전이 없다. 국회 정무위 역시 김상조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을 세 번째로 시도하기 위한 전체회의가 오후 3시로 예정됐지만 간사협의 일정을 잡는 것조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인사청문 소관 상임위가 청문회 종료 후 사흘 내에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임명동의안을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아도 표결 절차에 들어갈 수 있는 셈으로, 보고서 채택 시한은 문 대통령이 요청한 12일이다.

이에 따라 김이수 후보자의 경우 이날까지 보고서 채택이 되지 않더라도 정세균 의장이 임명동의안을 국회 본회의에 부의, 표결을 진행할 수 있고 김상조 후보자는 문 대통령이 내일(13일)부터 임명을 강행해도 된다.

강 후보자의 보고서 채택 시한은 이달 14일까지다. 인사청문요청안이 지난달 26일 국회에 제출된 점을 감안할 때 인사청문회법 제6조2항에 따라 20일 이내 국회가 심사를 마쳐야 하지만 야3당의 비토로 전망이 밝지 않다.

다음날부터는 문 대통령이 10일 이내로 기한을 재지정해 청문보고서 송부를 재차 요청, 국회의 보고서 채택 여부와 무관하게 임명을 강행할 수 있지만 청문회 정국의 경색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당일 오후 2시 문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 시정연설을 앞두고 여야 지도부를 면담키로 하면서, 세 후보자 임명에 관한 건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스스로 내건 원칙을 어긴 인선에 이어 모든 후보자를 임명 강행했다는 부담, 야권에서는 대통령의 읍소에도 반대를 고수했다는 부담을 질 수 있는 입장으로 타협안을 도출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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