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의 첫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외교안보라인을 둘러싸고 파열음이 나와 논란이 됐지만 문 대통령이 새로운 한미·한중관계를 재정립하려는 시그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방미 중인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최근 “사드 문제로 한미동맹이 깨진다면 그게 동맹이냐” 등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후 청와대가 “(문 특보에게) 별도로 연락해 엄중 경고했다”고 밝힌 다음날인 20일에도 문 특보는 “주고받는게 협상”이라며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이 아니다. 특보로서 계속 의견을 낼 뿐”이라고 반박하는 등 소신을 유지했다.

문 대통령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임명한 직후 가장 민감한 이슈인 사드 문제를 들고 나온 데 이어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문 특보의 과감한 사드 발언이 나오면서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지된다.

바로 사드 4기 발사대 추가도입 논란과 이에 따른 환경영향평가 재실시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전에 사드가 추가 도입됐던 사실을 보고받고 “의도적 누락에 매우 충격적”이라며 철저한 조사를 지시한 바 있다. 또 “미군의 기본설계가 나오기도 전에 국방부가 실제 면적보다 소규모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 4계절에 걸친 평가가 다시 진행돼야 한다”고 발표했다.

문 대통령이 집권 초부터 사드 문제에 거침이 없자 당장 한미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의제로 오를 경우 대책 방안에 대한 의문 제기가 쏟아졌다. 하지만 청와대 안팎에서는 한미정상회담과 관련해 사드 등 구체적인 사안은 의제로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한미 양 정상이 만나 동맹을 다지고 북핵 해결 방안을 우선으로 하는 회담이 될 것이란 관측이었다.

하지만 연이어 미국을 방문한 문 특보 발언이 사견을 전제함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되면서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사드 배치 지연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는 후일담도 공개됐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회의 도중 한국의 사드 배치 논란에 크게 화를 냈고, 욕설까지 나왔다는 것이다. 

여기에 일본에서 존 매케인 미국 상원 군사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면담을 조율하던 도중 불발돼 불쾌감을 드러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고, 청와대가 이를 해명하는 등 한국과 미국 정부간 이상 기류가 감지되는 것이 사실이다.

자칫 문재인 정부가 외교에서 아마추어리즘을 드러낸 것으로도 비춰질 수 있는 일련의 사태들로 인해 야당의 비난도 거세다. 미국과 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나 연합군사훈련 축소 등을 언급해 협상카드를 미리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 문재인 대통령의 첫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외교안보라인을 둘러싼 파열음이 이어지고 있지만 문 대통령의 새로운 한미·한중관계를 재정립하려는 시그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자료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최근 통일·외교 부처 고위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주요 발언을 볼 때 문 대통령이 굳이 ‘자주외교’나 ‘균형외교’ 등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외교정책을 이어가는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새로운 외교정책에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전날 강경화 외교부장관도 취임 일성으로 “국민외교”를 선언하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북한에 대해 대화와 제재를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국민과 소통하는 외교”를 강조한 강 장관은 소통외교를 외교부 쇄신은 물론 외교정책에도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문 대통령이 6.15공동선언 17주년 기념식에서 “도발 중단 시 남북대화”를 천명했고, 문 특보가 “북핵 동결시 한미군사훈련 축소”를 언급한 것에 비해 국제 기조에 맞춰 “비핵화”를 말했지만 미국이나 일본에 대해서도 ‘국민의 뜻’을 내세워 자주적인 외교를 펴겠다는 입장으로 볼 수 있다.

또 20일 통일부 당국자도 앞서 문 특보의 발언이 한미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동맹국가 사이에도 어쩔 수 없이 의견차이는 있을 것”이라며 “이를 조율하고 풀어나가면서 협조해나가면 동맹에 위협을 가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과거에도 한국이 운전석에 앉으면 미국이 힘을 실어주면서 돌파구를 만들어 (대북 문제에) 접근한 적이 있다”면서 “물론 과거에 비해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심해졌고, 최근 웜비어 사망 등으로 미국의 대북인식이 악화됐지만 앞으로 우리 정부가 대안을 만들어내고 한미가 공감하면서 (북핵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숙제”라고 말했다.

마침 정부는 이날 한중간 사드 갈등이 빚어지면서 1년 4개월동안 중단됐던 한중 외교차관대화를 개최하는 모습도 보였다.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은 이날 오전 베이징에서 장예쑤이 중국 외교부 상무 부부장과 만난 자리에서 오는 G20 정상회의에서 한중간 의제를 다루면서 최대 현안인 사드와 관련해 정부의 환경영향평가 방침 등을 언급, 경제보복 조치 중단을 요구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한중 외교차관대화는 한미간 균열이 엿보이는 시기에 이뤄져 중국의 전략이 엿보인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사드 문제와 관련해서 한국의 정치적 결단을 요구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밝혔다. 

이렇게 외교 현안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새 정부를 압박하고 있고 문 대통령의 미국과 중국에 대해서는 모호한 입장을 취하면서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동시에 청와대 특보와 관련 정부부처의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면서 의욕과 역동성도 나타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막상 마주할 한미정상회담이나 중국과 북한과의 대화는 결코 녹록치 않을 것이다. 남북대화는 일단 ‘북한의 호응’이 전제돼야 하는 데다 북한은 우리를 배제하고 미국과의 일대일 대화를 줄곧 요구해왔다. 여기에 북한에 억류됐다가 ‘코마 석방’된 미국인 대학생 웜비어가 20일 끝내 사망하자 미국은 중국에 대북제재 강화를 요구하겠다고 나섰다.

우리 정부는 물론 북한과 미국, 중국의 국가이익이 맞물려 돌아가는 한반도 주변 정세속에서 ‘문재인 식 외교’가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로 원하는 것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접점을 찾는 노력을 시도하기에는 미중간 힘겨루기가 너무 첨예하고, 북한의 ‘남한 간보기’가 변화무쌍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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