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북한과의 대화 병행 의지를 여러 차례 표출했는데도 북한이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을 감행 ‘마이웨이’를 선언했다.
북한은 문 대통령 취임 이후 모두 6차례에 걸쳐 미사일 시험발사 도발을 이어갔고, 이번에 예고한 대로 ICBM을 시험발사한 다음날인 5일 자신들의 언론을 통해 “화성-14형 발사를 통해 미사일 탄두부의 대기권 재진입 및 단 분리 기술 등을 시험했다. 이 탄도미사일에는 대형 중량의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ICBM 시험발사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올해 신년사에서 언급된 것으로 북한 당국의 핵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이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최근 문 대통령이 워싱턴DC에서 가진 한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평화통일환경 조성에 합의, ‘대북 주도 운전석’에 앉자마자 북한이 감행한 도발은 미국독립기념일에 맞춰져 있어 ‘핵문제는 미국과 대화한다’는 북한당국의 변하지 않은 속내도 드러낸 셈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북한의 ICBM급 도발을 확인한 즉시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과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라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 한미연합 무력시위를 제안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즉각 받아들여 한미는 5일 연합으로 미사일 사격훈련을 벌였다.
이날은 문 대통령이 오는 7~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출국하는 당일로 이번 북한의 도발에 대해 “말로 대응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무력시위”라는 말도 직접 언급할 정도로 분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총리를 만난 자리에서도 “북한이 한미 정상이 합의한 평화적 방식의 한반도 비핵화 구상에 호응하지 않고 레드라인을 넘어설 경우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대화’와 ‘평화’를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으로 북한의 무력도발에는 우리도 무력시위로 맞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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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5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독일로 출국하는 전용기로 향하고 있다. 전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 탓인지 표정이 무겁다./사진=연합뉴스 |
문 대통령은 최근 방미 중에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서 “북한을 공격할 의도가 없으며, 북한 정권의 교체나 정권의 붕괴를 원하지도 않는다. 인위적으로 한반도 통일을 가속화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외교의 최우선 순위를 북한 핵·미사일 해결에 둔 것은 역대 미국정부가 하지 않았던 일로 이런 사실이 북핵 해결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 한미 정부의 제재 일변도 정책과 소위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북한과 대화가 단절됐을 때야말로 ‘북한 붕괴’ 주장이 강했던 것을 지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에 대한 주변국가들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한반도의 긴장 수위는 높아지게 마련이고, 따라서 한미가 대화 병행에 합의한 지금이야말로 북핵 해결의 적기이자 북한당국이 기회를 얻을 적기라는 의미이다.
문 대통령의 이런 노력이 지속되는 데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 발사로 무력도발을 이어가는 것은 핵개발이 그들이 주장하는 전쟁억지력 수단이 아니라는 의혹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은 핵보유국이라는 카드를 손에 쥐고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을 협박해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는 것이라는 판단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북한이 ICBM 시험발사 성공을 주장하면서 문 대통령이 제시한 북한의 핵동결을 전제로 한 대화 재개는 당장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앞세워 북미 대화 및 국제사회의 제재 해제를 주장할 공산이 크다.
이번 북한의 도발로 당장 6일로 예정된 베를린 쾨르버재단 초청연설에서 발표될 문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이다.
하지만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확보한 문 대통령이 ‘베를린 선언’으로 남북관계 개선의 새로운 전기 마련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던 만큼 북한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도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최종 문안이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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