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군사회담·적십자회담 제안 이어 조명균 "대화채널 조속히 재개"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정부가 17일 남북간 군사회담과 적십자회담을 잇따라 개최할 것을 제안한 가운데 조명균 통일부장관은 북측에 판문점 연락채널 및 서해 군통신선을 조속히 복원하자고 촉구, 대화 추진에 속도를 냈다.

이날 정부는 오는 27일 정전협정일을 맞아 군사분계선상에서 남북 적대행위를 중지하는 남북 군사회담을 오는 21일 개최할 것과 10.4공동선언 10주년이자 추석명절이 겹치는 10월4일을 계기로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개최하기 위한 적십자회담을 내달 1일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조 장관은 통일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남북 적대행위 중지와 이산가족상봉 행사 개최는 한반도 긴장완화와 남북협력을 위한 가장 시급한 문제”라면서 “남북 군사당국이 대화를 통해 군사분계선 일대의 우발적 충돌 위험을 제거하고 긴장상태를 완화해 나가는 것도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조 장관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는 “남북간 대화가 가능한 여건은 충족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북측에 대화를 제안한 것은 현재 한반도 평화와 긴장완화, 이산상봉 등 시급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초기 단계의 조치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북측에 대한 공식 대화 제의는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G20정상회의 계기로 독일을 방문했을 때 쾨르버재단의 초청연설을 통해 발표한 ‘베를린 구상’의 후속 조치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남북 적대행위 중지를 포함해 이산가족상봉 행사 개최, 내년도 평창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의 참가에다 남북정상회담도 제안한 바 있다.

다자외교무대에 선 문 대통령이 북측에 제안한 것인 만큼 정부의 즉각적인 이행 조치를 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최근까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시험발사 등 도발을 강행해온 북한이 아직까지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제안이 나와 향후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지금으로 볼 때 북한은 당장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이 발표된 지 5일만인 지난 12일 첫 반응으로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한 바 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의 보도 형식을 빌렸지만 당장 8월에 실시될 한미간 최대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미군사훈련은 중국이 남과 북에 동시에 제안하는 한반도 평화 구상의 일환이기도 하다.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중국 정부는 북한에 대해 적극적인 관여를 하기보다 이른바 ‘쌍중단'(雙中斷), '쌍궤병행'(비핵화-평화협정 동시 추진)을 내세워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발사와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라는 제안을 내놓곤 해왔다. 

   
▲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17일 오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 후속 조치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여기에 북한은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적십자회담에서도 탈북한 12명 북한식당 종업원 송환을 요구해올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북한은 자신들의 매체를 이용해 ‘탈북한 12명 북한식당 종업원들을 송환해야 이산가족상봉도 가능하다’는 주장을 이어왔다. 

무엇보다 문재인정부 들어 쇄도하는 대북 지원 민간단체의 북한 접촉 요청을 우리 정부가 승인하는데도 북한은 이를 거부하고 있어 당장 우리의 대화 제의에 응할지 여부도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조 장관은 이날에도 “북한에 대한 제의를 하기 전 사전에 교감한 바가 없다”며 “만약 이번에 북한이 호응하지 않더라도 일희일비하지 않고 끈기 있게 남북대화가 실행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북한이 대화 조건으로 제시하거나 혹은 대화 테이블에 앉아서 요구할 가능성이 있는 한미군사훈련 중단이나 12명 북한식당 종업원 송환에 대해서는 “북측의 반응을 보면서 검토해나갈 것이고, 지금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이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경협 재개를 조건을 내걸 경우에 대해서 조 장관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에 맞춰나갈 것”이라고 했으며, 당장 8월에 진행될 을지프리덤가디언이 중단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 검토한 바 없다”고 했으며, 북한이 또다시 ICBM급 도발을 할 경우에 대해서는 “가정해서 말하기 어렵지만 북한의 도발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되 제재와 압박과 동시에 대화를 병행한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날 대북 제안에 대해 “북한의 호응 가능성을 따지기보다 남북한 긴장완화와 신뢰회복을 위해 시급한 사안에 대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 남북이 합의한 7.4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공동선언 및 10.4정상선언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라면 우리의 진정성 있는 제안에 호응해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한은 15일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대한 두 번째 반응으로 노동신문에 개인필명으로 논평을 싣고 “외세에 빌붙어 동족을 압살하려는 대결의 저의가 깔려있다”고 반발하면서도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대한 존중, 이행을 다짐하는 등 선임자들과는 다른 일련의 입장들이 담겨져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잇고 있는 문재인 정부로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베를린 선언’ 3개월만에 북한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가진 경험을 되살려 조속히 남북정상회담에 성공하고 싶은 기대도 클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내세울 대화의 조건을 감안할 때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과거 햇볕정책보다 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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