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청와대가 정무수석실에서 발견해 17일 특검에 넘긴 회의자료 문건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 증거로 채택될지 여부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검은 지난주 청와대가 넘긴 문건과 마찬가지로 분석 및 검찰 이첩을 거쳐 공소유지와 추가수사에 활용할 뜻을 밝혔는데, 증거채택의 관건으로는 촉박한 재판 일정과 문건내용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 꼽히고 있다.

특히 다음달 초 결심공판을 갖겠다고 재판부가 밝힌 이재용 부회장 재판의 경우, 증거 제출에 대한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 법조계 시각이다. 위·변조는 없는지 규명하고 원 작성자를 법정으로 불러 작성 여부를 확인한 후 전문증거로서의 증거능력을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법조계는 앞으로의 국정농단 재판에서 추가문건 내용에 따라 안종범 수첩과 같이 정황증거로 쓰일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관측했다.

이번에 정무수석실에서 발견된 문건 1361건 중 254건은 2015년 3월부터 2016년 11월에 걸쳐 발언 주체와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회의록으로, 이병기와 이원종 등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들의 수석비서관 회의 사안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것이 특징이다.

증거로 채택되기 위해선 문건 작성자와 상황이 특정되어야 하는데, 법조계는 이번 문건들이 이를 충족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주 청와대가 발표한 300여건의 자필메모와 달리 홍남기·최재영 등 당시 정책조정수석실 기획비서관이 비서실장의 업무지시 내역을 정리한 완성된 문건이라는 설명이다.

법조계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측이 수집의 위법성을 따져 추가문건에 대한 증거채택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증거능력 인정과 채택 여부는 문건 각 내용에 대해 재판부가 어떤 의미를 부여하냐에 달려있다고 보았다.

다만 이번 추가문건은 다수의 관계자가 참여한 공식회의 내용으로 범죄사실의 존재를 추측하기 힘들어 증거능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반대 해석도 있다.

더욱이 '진정성립' 후 증거능력 검토, 증명력 판단을 거치는 과정에서 검증을 위한 증인 소환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속단하기 이르다는 평도 있다.

특검은 추가문건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채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청와대는 17일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대한 위반의 소지를 감안해 "적법하지 않은 지시사항이 있다"고만 언급하며 구체적인 공개를 꺼렸다.

정무수석실에서 추가로 발견된 이번 문건들에서 재판부 심리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스모킹건이 나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