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병화 기자] 8‧2부동산대책이 나온지 일주일.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고강도 규제에 부동산 시장은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청약자격과 전매 제한 강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규제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8·2대책이 발표된 이후 주택 매매거래는 실종됐고, 헐값이라도 팔겠다는 매물은 나오지만 사려는 사람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관망파'만 늘고 있다.

부동산114 시세조사를 보면 대책 발표 직전인 7월 마지막주 0.57%나 올랐던 아파트값은 8월 첫 주에는 0.37%로 상승폭이 축소됐다. 대책 발표일과 조사 시점을 감안하면 대책의 효력(?)이 사실상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반응한 것이다.

투기수요를 막겠다며 정부가 내놓은 규제의 칼 날에 매수심리가 급속히 얼어붙으며 아파트 시세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투기과열의 진원지로 꼽힌 강남 재건축 시장은 '거래 절벽'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대책 발표 전 호가가 28억원까지 치솟았던 서울 반포 주공1단지 84㎡의 경우 3억원 가량 떨어진 25억원대에 급매물이 나와 있지만 매수자가 없다는게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사진)은 지난 8월 2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8‧2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재건축 조합의 움직임은 사업추진 속도에 따라 확연히 다르다.

조합 설립과 서울시의 심의를 이미 마친 단지들은 관리처분인가 신청 등 착공 전에 필요한 모든 행정절차를 올해 안에 끝낸다는 목표로 바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추진위 설립 승인일부터 준공까지 조합원 1인당 평균이익이 3000만원을 넘으면 초과금액의 50%를 부담금으로 내야하는 불이익을 막기 위해서다.

반면, 압구정동 일대 등 뒤늦게 사업을 시작한 단지들은 이참에 쉬어가자는 분위기. 조합설립을 준비하던 일부 단지에서는 "아예 사업을 미루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는게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의 전언이다. 

지방 주택시장이라고 해서 나은 것도 없다. 이번 규제에서는 비껴갔지만 이미 하락세로 꺾인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이번 규제에서 비껴간 지방이 상대적으로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지방주택시장은 흐름이 꺾인 상황"이라며 "실수요 거래는 있겠지만 시중유동자금이 서울 등 수도권을 떠나 지방으로 이동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8·2대책은) 워낙 강력했던 만큼 최소 몇 달에서 반년 정도는 매매 거래가 감소하고 가격도 하방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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