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의 잇따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유례없는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북한의 반발은 거세다.
이번 안보리 대북결의 2371호는 석탄을 비롯해 북한 수출의 3분의 1을 봉쇄하는 조치로 비록 원유 공급 봉쇄는 빠졌지만 북한의 수산물과 노동자 송출도 전면금지 대상에 올랐다.
중국과 러시아까지 포함해 안보리 이사국의 만장일치로 결의안이 채택됐지만 북한은 아예 핵과 ICBM 보유국이라고 주장하며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7일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북한 리용호 외무상의 연설 내용이다.
8일에는 북한 노동당의 외곽기구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채택에 대응해 “국력을 총동원한 물리적 행사를 취하겠다”고 위협했다. 북한은 전날 정부성명으로 “천백 배 결산”을 언급한 바 있어 앞으로 또다시 ICBM 발사는 물론 6차 핵실험을 강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도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니라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여름휴가를 끝낸 문재인 대통령이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잇따라 전화통화를 갖고 “이번 안보리의 강력한 제재로 인해 북한이 더 이상 견딜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말로 미국 조야에서 제기되는 대북 군사옵션 가능성을 저지하고, 아베 총리에게도 “북한 핵미사일 문제는 결국 협상을 통해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방법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지만, 지금 현재 상황에서는 북한에 대한 압박과 제재를 강화해나가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한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에 원유공급 중단이 빠진 것은 아쉽지만 가장 빠른 시일 내 가장 강력한 제재안이 중국과 러시아의 동참 하에 이뤄져서 고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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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7일 오후(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 엘부필하모니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문화공연을 마치고 문재인 대통령의 손을 잡고 있다. 뒤쪽에 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 장면을 바라봤다./사진=쳥와대 제공 |
또한 문 대통령은 전화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탄두 중량을 늘리는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을 거듭 강조한 데 이어 내년 국방비 예산을 늘려 미국의 첨단무기를 구입할 것임을 밝혀 우리 군의 자체 방어력 증강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북한의 ICBM 도발 직후인 지난 29일 새벽 NSC 전체회의를 열고 사드 발사대 4기를 추가 배치하도록 지시한 뒤 “필요하다면 우리의 독자적 대북 제재 방안도 검토하기 바란다”고 말해 유관 부처에서는 현재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치를 찾아보고 검토 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북한의 거듭된 도발에 한국과 미국, 일본이 강력한 대응 공조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은 여전히 북한을 옹호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ARF에서 강경화 외교부장관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ICBM에 대한 언급없이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며 외교적 결례까지 범했다.
중국은 일본이 제안한 8월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거부했으며, 이달 24일 열리는 한중수교 25주년 기념행사도 따로 개최될 전망이다. 보통 중국 정부가 5년 단위의 수교 행사를 공동 주최하는 관례가 있는 것을 고려하면 개별적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물론 중국의 이 같은 소극적인 태도는 올 가을 제19차 공산당대회를 앞두고 시진핑 정권의 최우선 과제가 국내외의 ‘안정 유지’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이로써 문 대통령의 조기 방중이 사실상 무산됐으며, 한중일 정상회의도 이년째 불발돼 기약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결국 북한의 ICBM 도발로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 냉전 구도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특히 중국이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에서 입장을 고수하면서 최근 열린 ARF에서도 냉전 구도가 재연됐다. 6일 한미 외교장관회담이 열린 시각 다른 장소에서 북중 외교장관회담이 열렸다. 또 미국 렉스 국무장관은 6일 환영만찬에 불참해 이번 ARF에서 핵보유국을 천명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어떠한 접촉도 원치 않음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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