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병화 기자] "중복청약이요? 업계에서는 '세몰이 한다'고 하죠. 인천 더샵 스카이타워는 대놓고 유도하고 있는 것 같아요."(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
"(중복청약은) 수요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서…."(최종성 포스코건설 분양소장)
21일 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겠다며 출범 100일도 안돼 두 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아파트 중복청약이 청약경쟁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꼼수'로 악용되고 있다.
지난 18일 문을 연 '인천 더샵 스카이타워' 견본주택 곳곳에는 '중복청약 가능'이라는 안내문구와 함께 친절하게 방법을 설명해 주는 전문 상담사들이 배치돼 있었다.
상담사는 "인천 더샵 스카이타워는 8-5블록(당첨자발표 8월31일)과 8-7블록(당첨자발표 8월30일)의 당첨자 발표일이 달라 중복청약이 가능하니, 두 곳 모두 신청하는 것이 현명하다"며 중복청약을 유도하고 있었다.
중복청약은 불법이 아니다. 현재 주택청약제도에서는 A‧B‧C 3개 단지의 청약 접수일이 같더라도 당첨자 발표일이 다르면 중복청약이 가능하다. 다만 발표가 빠른 A단지에서 당첨되면 나머지 B‧C단지들의 청약신청은 자동소멸 된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가구수가 많을 경우 하나의 단지를 2~3개 블록으로 쪼갠 뒤, 각 블록의 당첨자 발표일을 다르게 하고 청약을 받는 경우가 많다.
중복청약을 하게 되면 경쟁률도 자연스럽게 높아지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인기 아파트로 둔갑시킬 수 있는 대표적인 청약 꼼수이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당첨확률을 높여주는 착한(?) 묘수로 보일 수 있지만, 높은 청약경쟁률로 투자가치가 높다고 오해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중복청약으로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였지만 계약단계에서 거품이 빠지며 미분양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보통 미분양이 우려되는 위험 단지에서 초반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중복청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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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8일 오픈한 인천 더샵 스카이타워 견본주택 에는 ‘중복청약’을 유도하는 안내문구가 곳곳에
붙어 있다. |
▲고분양가 논란 속에 미분양 리스크까지 떠안은 포스코건설인천 더샵 스카이타워는 아파트와 상업시설(앨리웨이 인천)로 구성된 주상복합으로, 네오밸류가 시행하고, 포스코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포스코건설이 인천 더샵 스카이타워 아파트 분양에 중복청약을 강조하며 청약자들을 모으고 있는 것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포스코건설은 이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단순 시공이 아닌 아파트 분양까지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포스코건설 측은 "아파트 분양은 포스코건설에서 해달라는 것이 시행사의 요구였다"며 "공사비를 분양 수익금으로 충당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미분양이 발생하는 경우 그 부담은 고스란히 포스코건설의 몫으로 돌아오게 된다.
여기에 분양가가 다소 부담스런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청약경쟁률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인천 더샵 스카이타워의 분양가는 전용면적 74㎡ 2억7700만~3억2100만원, 84㎡가 3억500만~3억4600만원선이다.
3.3㎡당 1000만원에 육박하는 금액으로, 대출 비중을 높게 잡지 않는 인천지역 실수요자들의 성향을 감안할 때 부담스런 가격이라는게 인근 공인중개사들의 중론이다.
인천 남구 도화동 A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 2013년 인근 용현동에서 3.3㎡당 880만원에 분양한 SK스카이뷰도 미분양으로 몸살을 앓았다"며 "최근 SK스카이뷰 가격이 오르기는 했지만 인천 더샵 스카이타워의 분양가가 SK스카이뷰 수준에서 결정되면서 프리미엄(웃돈)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포스코건설은 이번 분양에서 인천 수요와 외부 수요의 비중을 '7대 3'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핵심 수요층인 인천 실수요자의 주택 구매력이 (인천 더샵 스카이타워의) 분양가보다 낮다는 점은 약점"이라고 인정하기도 했다.
따라서 분양 초반에 분위기를 타지 못할 경우 자칫 미분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도화동 제물포역 인근 B중개업소 대표는 "이달 초 대림산업이 선보인 초호화 주상복합 '아크로 서울포레스트'는 수요층 자체가 달라 청약경쟁률 자체가 의미가 없었지만 인천 더샵 스카이타워는 상황이 다르다"며 "초반에 청약 경쟁률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장기간 미분양으로 남게 되면 할인분양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인천 송도에서 분양한 '랜드마크시티 센트럴 더샵'도 아파트와 오피스텔 분양도 중복청약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아파트는 1977가구 모집에 1만4493명이 몰리며 전 타입 1순위 마감됐고 오피스텔은 1232실 공급에 4만5516건이 접수돼 평균 3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었다.
[미디어펜=김병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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