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이 또다시 재계총수를 국회 증인으로 무리하게 채택하려는 갑질행태를 반복하려는가?
정세균 국회의장은 최근 상임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올해 국정감사에는 증인을 과도하게 채택하는 등의 갑질을 해선 안된다"고 당부했다. 지난 수년간의 국감행태를 보면 관료등에 대한 정책국감은 뒷전이었다. 언론의 주목도가 높은 유력그룹 총수들을 마구 불러내 속사포공박을 하기 일쑤였다.
문제는 올해도 재계총수 등 기업인들을 과도하게 불러내는 것을 되풀이하려 한다는 점이다. 재계총수들을 불러내는 것을 마치 의원들의 특권처럼 여기는 게 볼썽사납다. 지난 20대국회에는 무려 150명의 기업인들이 국회증인으로 불려가 호통받고 면박당했다.
여야의원들은 유력기업인들을 불러내 호통과 막말을 일삼았다. 기업인의 답변은 아예 중단시키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늘어놓아 빈축을 샀다.
박용진 민주당의원이 14일 정몽구 현대차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대표적인 국회갑질에 해당한다. 현대기아차가 한미소비자를 차별하고 발뺌하고 있다는 이유를 댔다. 이를 따지기위해 정회장의 국회출석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의원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틀린 내용을 갖고 현대기아차를 비난하고, 정회장의 국감증인까지 압박하고 있다. 당초 박의원은 13일 대정부질문에서 현대기아차가 지난 4월 세타2엔진을 리콜하면서 미국에서만 가이드 매뉴얼을 제작했다고 강변했다.
그의 주장은 팩트가 아니다. 현대차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과 한국 국토부 산하 자동차안전연구원에 동시에 매뉴얼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미국의 경우 딜러들에게, 한국에선 현대차 정비전문회사인 블루핸즈와 기아차 오토큐에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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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진 민주당의원이 정몽구 현대차 회장을 국감증인으로 채택하겠다며 과도한 정치공세를 벌이고 있다. 세타2엔진의 한미간 리콜 차별문제를 따진다고 하지만,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현대차를 압박하고 있다. /연합뉴스 |
그는 미국에선 주무부서에 자료를 풍부하게 제출해놓고, 국내 주무부서엔 한 장짜리 요약본을 제출한 것도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이것도 사실확인을 하지 않은 일방적 주장이다. 국토부산하기관에도 요약본1장과 10장짜리 상세한 정비사용 매뉴얼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그는 세타2엔진 리콜차별 정치공세를 벌여놓고, 헛발질한 것이 비판받는 와중에 정회장 국감증인이라는 더 큰 어깃장을 놓았다. 이 정도면 의원의 슈퍼갑질이다.
설사 엔진리콜차별이 이슈가 된다면 임원이나 전문경영인을 불러도 충분히 따질 수 있다. 세계5대 글로벌자동차 총수를 이런 문제로 불러내 호통치려 하는 것은 금도를 벗어난 것이다. 정세균의장의 당부가 무색해질 정도다.
정회장은 팔순의 노총수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을 규명하는 국회청문회에도 하루종일 불려가 수난을 당했다. 그룹은 당시 만일에 대비 청문회장 주변에 비상의료팀을 대기할 정도로 긴박하게 움직였다.
박의원이 무리한 국감증인 갑질을 벌이는 것은 지나친 정치공세다. 현대차그룹에 뭔가 영향력을 끼치려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앞에서 호통치고 뒤에서 지역구에 뭔가 통큰 선물을 요구하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제기된다.
현대차는 외환위기를 능가하는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중국내 판매와 이익이 반토막났다. 중국합작파트너의 농간으로 납품업체에 대한 대금지급마저 차질을 빚고 있다. 공장가동이 중단됐다가 재가동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노조는 회사의 어려움을 나몰라라 하고 있다. 내몫만 챙기면 된다는 듯이 과도한 임금인상과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다. 파업까지 벌이며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노조 파업으로 생산차질과 피해가 커지고 있다. 기아차는 노조가 제기한 통상임금소송에서 패소하면서 1조원의 추가인건비 부담에 휘청거리고 있다. 기아차는 3분기에 적자로 반전될 전망이다.
현대기아차는 한국간판기업이다. 전후방연관산업효과가 가장 크다. 투자와 일자리창출 효과가 제조업가운데 넘버원이다.
박의원이 진정으로 현대기차아를 걱정한다면 무리한 정치공세를 자제해야 한다. 집권여당 초선으로서 진정 나라경제를 생각하고 차기 정치거목으로 성장하려면 중국의 치졸한 사드보복에 대해 의원외교를 벌여 따져야 한다. 사소한 문제로 현대기아차를 흔들려는 것은 그의 품성과 역량마저 의심케 한다.
한국기업을 대표하는 재계총수들을 증인으로 불러내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국감은 기업인국감이 아니다. 정부에 대한 정책감사가 주임무다. 정책감사가 요즘 기업인감사로 변질되고 있다. 글로벌 그룹총수를 증인으로 채택할 경우 기업신인도와 이미지, 브랜드가치등에 악영향을 준다. 정책감사라는 국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 바란다. /미디어펜 사설
[미디어펜=편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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