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영배 기자] 대한민국에서 정승(장관) 자리를 하나 맡으려면 꼭 갖춰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부동산 투기에서 철저히 자유로워야 한다. 혹시라도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다면 정승자리는 애당초 포기해야 한다. 인사청문회 통과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못지않게 대접받는 또 다른 부류가 있다. 바로 주식에서 대박을 터뜨렸다는 증권가의 유명인(?)들이다. 이들은 재테크의 귀재로 평가받으며 스타 대접과 함께 출판이나 강사료 등을 통해 적지 않은 돈을 벌어들인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의 대상은 부동산과 주식시장이다.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면 재테크에 탁월한 전문가로 스타 대접을 받지만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면 '투기꾼'으로 오히려 낙인이 찍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두고 혹자는 투기와 투자의 차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이 글을 쓰기에 앞서 다시 한 번 사전을 찾아봤다. 투기와 투자가 어떻게 다른지….
투기(投機)는 기회를 틈타 큰 이익을 보려고 함, 또는 그 일. 경제용어로는 시세 변동을 예상하여 차익을 얻기 위하여 하는 매매 거래.
반면 투자(投資)는 이익을 얻기 위하여 어떤 일이나 사업에 자본을 대거나 시간이나 정성을 쏟음. 경제용어로는 이익을 얻기 위하여 주권, 채권 따위를 구입하는 데 자금을 돌리는 일이라고 정의돼 있다.
이해가 될 듯하면서도 애매하다. 굳이 정리를 한다면 기회를 보거나 자금을 들이는 것은 투자나 투기 똑 같다. 목적도 이익을 얻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는 정(正)이고, 투기는 악(惡)의 개념으로 인식되어지는 것 또한 현실이다.
그래서 부동산도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가수요자의 행위가 많고, 땅값이 낮은 미성숙지 등을 필요 이상으로 구입하지만 이용·관리할 의사가 없는 경우, 예측 불허하는 양도차익을 목적으로 투기가격(投機價格)으로 거래하고, 보유기간이 단기간이고 전매로 이익을 실현하는 경우에는 투기로 보고, 그렇지 않으면 정상적인 투자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부동산과 관련해서 또 다른 얘기를 해보자. 집이 많은 사람 이른바, 다주택자이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다주택자는 대표적인 투기꾼의 하나로 치부된다. 일부에서는 집 없는 서민들의 적대세력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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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분법적 접근이 아니라 제3의 시각, 나아가 제4, 제5의 시각으로 볼 수 있는 혜안을 가져야 부동산과 관련된 병리에 대해서도 제대로 진단하고 처방약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이 없음. |
최근 서울 강남 아파트 값이 큰 폭으로 오른 배경에는 다주택자들 때문이라는 진단도 내려졌다. 그 것도 대한민국의 주택정책을 책임지는 국토교통부장관의 입에서다.
돈 있는 다주택자들이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사들이면서 가격이 올랐고, 재건축 아파트 가격 오름세가 인근 아파트 시세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 발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경제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하는 가계부채와 연관해서 부동산 얘기를 해보자.
지난 2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과 카드서·할부금융사의 외상판매인 판매신용을 더한 가계신용은 1388조원이 넘는다.
대한민국 가계가 안고 있는 빚이 1400조원에 육박하고 있으니,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조그마한 위기라도 찾아왔을 때 견뎌낼 수 있는 체력이 그 만큼 약해져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늘어난 가계부채의 주범(?)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지목한다. 주택담보대출을 옥죄지 않고서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논리다.
그래서 '8·2 부동산 대책' 등 주택담보대출을 최대한 억제하는 정책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조만간 나올 가계부채종합대책에는 아마도 더 강력한 내용이 담길 것이다.
모두 맞는 얘기일 수 있다. 하지만 갈수록 글로벌화 되고 다양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마치 냉전시대 이데올로기식 이분법적 사고로는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특히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서)들을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고위공직자 재산등록 현황을 보면 청와대 재산공개 대상자 15명(5월 31일 이전 임명자) 중 8명이 2채 이상 소유한 다주택자다. 나름대로의 불기피한 상황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나무랄 생각은 추호도 없다.
왜냐하면 사람에 따라 처한 상황이 다를 수 있고, 본의 아니게 의도치 않은 결과도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고의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제는 부동산을 바라보는 시각을 좀 더 넓힐 필요가 있다. 이분법적 접근이 아니라 제3의 시각, 나아가 제4, 제5의 시각으로 볼 수 있는 혜안이 있어야 부동산과 관련된 병리에 대해서도 제대로 진단하고 처방약을 제시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미디어펜=김영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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