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새 정부는 과연 “적폐 청산”을 외칠 자격을 갖췄는가?

한국거래소(KRX) 신임 이사장 공모과정이 점입가경이다. 이사장 임명은 명목상 ‘임원추천위원회 추천→주주총회 결의→금융위원회 위원장 제청→대통령 임명’ 순서로 돼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정확히 반대과정을 거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쉽게 말해 정권에서 고른 사람이 임명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거래소 이사장직은 매번 ‘낙하산 논란’에 시달려 왔다. 지난 정권 때 임명돼 역대 최단기간인 11개월 근무로 퇴임한 정찬우 전 이사장의 경우는 물론이고, 그 전인 2013년 최경수 이사장 선임 당시에도 잡음이 많았다.

시간을 좀 더 돌려보면 참여정부 시기인 통합거래소 출범 때에도 ‘낙하산 논란’은 있었다. 통합거래소 출범 당시 ‘청와대 외압설’이 제기되며 최초 추천된 3명의 이사장 후보가 갑자기 자진 사퇴하는 이변이 있었던 것이다. 결국 열흘 만에 이영탁 전 국무조정실장이 단일 후보로 결정됐다. 정권과 관계없이 거래소 이사장직은 언제나 낙하산 논란을 야기해 왔다. 

현 정권의 경우 ‘적폐 청산’을 국정의 주요 기조로 삼고 있는 만큼 기존의 불합리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지만 KRX 이사장직 공모에 대해서는 반드시 그렇지도 않은 모양새다. 최단기인 11개월 임기를 마친 정찬우 전 이사장 퇴임 이후 거래소 측은 새로운 이사장을 추대하기 위한 공모를 진행했다.

그런데 이례적으로 서류심사 결과 발표 하루 전인 지난 13일 갑작스런 ‘공모 연장’ 발표가 나왔다. 이는 2005년 통합거래소가 출범한 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일각에서 “정권이 밀고 있는 특정 인사에게 특혜를 주려는 ‘큰그림’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도 어찌 보면 필연적인 수순이었다.

   
▲ 사진=연합뉴스


일각에선 이번 거래소 이사장직을 두고 ‘장하성 라인’과 ‘문재인 캠프’ 라인이 세력다툼을 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례적인 공모 연장 또한 문재인 캠프 쪽 인물을 끌어들이기 위한 과정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은 추가 공모가 진행되기 전까지는 가장 유력한 ‘차기 이사장 후보’ 중 하나였다. 사실상 김 전 원장이 낙점됐다는 말까지 나왔던 건 그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가까운 사이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이른바 ‘장기하(장하성‧경기고‧하나금융) 라인’이 금융권 요직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장하성 실장의 파워가 막강한 상황이다.

자연스럽게 김광수 전 원장에게 거래소 이사장직이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던 분위기가 표변한 것은 금융감독원장 임명 이후부터다. 당초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유력할 것처럼 보였던 분위기였지만 실제로 임명된 것은 최흥식 전 서울시향 대표였다. 이로 인해 ‘장하성 라인’과 ‘대선캠프 라인’의 세력균형이 일그러졌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즉, 문캠 쪽 입장에서는 금감원마저 장기하 라인에 빼앗겨 버린 형세가 된 것이다.

세간의 추측 수준의 이야기지만, 거래소가 이사장직에 대해 이례적으로 추가공모 접수를 받으면서 위와 같은 해석에는 더욱 무게가 실렸다. 급기야 유력 휴보였던 김광수 전 원장이 자진사퇴하면서 세간의 ‘음모론’에는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새롭게 부상한 유력 후보 김성진 전 조달청장이 최적의 KRX 이사장 후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최근의 진행상황에는 미심쩍은 구석이 너무 많다. 특히 현 정부가 ‘적폐 청산’을 제1모토로 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KRX 이사장직 공모과정은 보다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이전 정권의 ‘블랙리스트’ 그 이상의 부정청탁이 현 정부에서 존재하는 것이라면 그 가능성은 조기에 차단돼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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