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삼성전자가 3분기 실적에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지만 같은 날 권오현 부회장이 용퇴 의사를 밝히면서 충격파를 남겼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그룹이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은 만큼 국내 증시에 남길 파장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발표된 수치를 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14조 5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분기별 기준 역대 최고 실적으로 작년 3분기 대비 178.9%나 늘어난 수준이다.

   
▲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13일 용퇴 의사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매출액은 62조원에 달했고 매출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인 영업이익률도 작년 3분기 대비 12.4%포인트나 상승한 23.4%를 기록했다. 이 역시 사상 최대치다. 

이날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 발표는 주가 부양의 재료가 되지는 못했다. 이미 시장참가자 다수가 예상하고 있던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 흐름은 개장 직후인 9시 정각에 275만 80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지만 이후로는 계속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오후 1시 30분 현재 주가 또한 전일 대비 0.51% 하락한 272만 6000원에서 형성돼 있다.

실적 발표 당일에 주가가 빠지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수급이 훨씬 불안정한 정치 테마주의 경우 해당 후보가 당선확정이 되면서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오히려 일반적이다.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기 시작하기 때문. 삼성전자 역시 비슷한 흐름으로 보면 이날의 약보합세는 오히려 양호한 수준이다.

시장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재료는 따로 있었다. 구속 중인 이재용 부회장을 대신해 삼성전자를 진두지휘해온 권오현 부회장이 갑작스럽게 용퇴의사를 밝힌 것. 이는 시장은 물론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소식이었다.

삼성전자는 이날 권오현 부회장이 반도체사업을 총괄하는 부품부문 사업책임자에서 자진 사퇴하고 그와 동시에 삼성전자 이사회 이사, 의장직도 임기가 끝나는 2018년 3월까지 수행한 뒤 연임하지 않는다고 공식 발표했다. 아울러 현재 겸직 중인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직도 사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 부회장은 “저의 사퇴는 이미 오래전부터 고민해 왔던 것”이라고 입장을 덧붙였다.

권 부회장의 사퇴는 이건희 회장-이재용 부회장–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급)으로 이어졌던 삼성전자 리더십 위기에 또 한 번의 리스크를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코스피 시가총액의 약 20%를 혼자 감당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의 위기는 국내 증시 전체를 출렁이게 만들 수도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권 부회장의 사퇴에 대해 일단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회장‧부회장의 부재에도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만큼 지나치게 앞날을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국제경제와 반도체 경기 자체가 워낙 좋은 시점이라 어느 정도의 리더십 공백은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권 부회장의 용퇴가) 당장 삼성전자 주가 혹은 코스피 전체의 위기로 번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단, 삼성그룹이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큰 만큼 위기가 실제로 왔을 때의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 한 고위관계자는 “현재 코스피 시총 상위 10개 종목 중 절반이 삼성그룹주”라고 지적하면서 “삼성전자가 반도체 다음의 먹거리를 적시에 준비하지 못할 경우 국내 증시는 물론 국가경제 전체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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