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비급여항목을 대폭 줄여 전면급여화를 목표로 삼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 일명 '문재인 케어'가 지난 달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가운데 재원 대책에 대한 우려가 끊이질 않고 있다.
2022년까지 자기공명영상(MRI)과 대학병원 선택진료비(특진비), 로봇수술 및 2~3급병실 등 3800여개 비급여항목에 단계적으로 건강보험을 확대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삼는 문재인 케어가 다음 정권부터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관건은 건강보험 적립금 사용 여부에 대해 반론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고 건보재정에 대한 정확한 추계가 미비하다는 점이다.
지난달 31일 국회 보건위원회의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케어의 건강보험 적립금 사용에 위법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왔고,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이틀간 대한병원협회 주최로 열린 관련 세미나에서도 찬반 양측의 공방이 이어졌다.
보건복지부는 1일 열린 대한병원협회의 제8차 '코리아헬스케어콩그레스'에서 "건보재정 흑자와 정부 지원확대, 보험료율 인상을 통해 현 정부에서 30조 6000억원을 충당할 수 있다"며 낙관적인 입장을 보였고, 의료계는 "지금 상태로 가면 공멸한다. 현재도 급여의 원가 보상이 부족한 상황에서 어떻게 메울지 의문"이라며 우려했다.
서진수 대한병원협회 보험위원장은 이날 "그동안 병원들은 급여 원가보상률이 떨어져 비급여치료로 연명했지만 문재인 케어는 비급여를 예비급여로 넣어 병원을 통제하게 된다"며 "원가보상을 어떻게 메울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정부의 낙관적인 예측에 대해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다음 정부에선 55조원이 필요하다"며 반론을 제기한 상태다.
|
|
|
▲ 문재인케어 재정문제가 지난달 24일에 이어 3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8월9일 서울성모병원을 찾아 임기 내 30조6000억 원을 투입해 모든 질병에 건강보험 혜택을 부여하는 정책을 발표하는 모습./사진=청와대 제공 |
특히 야당 의원들은 보건복지부 국감 질의에서 "비급여를 급여화할 경우 이에 대한 의료행태 변화 시뮬레이션 등 추계가 전무하다"며 "의료비용 폭증 및 과다의료로 인해 건보재정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박인숙 바른정당 의원은 지난 31일 "문재인 케어에서 강박적으로 비급여를 급여화하겠다고 말은 하지만 도리어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며 "선의의 비급여도 있고 문재인 케어로 인해 신의료기술의 개발이 어려워져 국민의 건강 선택권이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3월에 밝힌 '2016~2025년 사회보험 중기 재정추계 결과'에 따르면 건강보험은 2018년부터 적자 전환되고 건보 적립금도 2023년 바닥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 폭이 커지면서 노인 의료비가 폭증해 2025년에는 20조 원 적자로 돌아선다는 추계까지 나왔다. 기재부는 이와 관련해 노인 1인당 급여비가 2016년 96만원에서 2025년 180만원으로 급등한다고 추산했다.
고령화 사회로 갈수록 늘어나는 의료비용의 효율적 관리 없이 지속불가능하다는 전망이 점차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건보재정을 어떻게 마련해 문재인 케어를 지속가능한 의료체계로 안착시킬지 주목된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