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성동조선해양의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5000억원 높다는 실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금융당국은 아직까지 청산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채권단이 지난 8월부터 성동조선에 대한 실사를 진행한 결과, 청산가치 7000억원·존속가치 2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통상적으로 청산가치는 브랜드 파워 하락·재고 자산 불용화 등으로 인해 장부가치보다 낮게 책정된다는 점에서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다는 것은 처분을 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위는 이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성동조선의 청산 여부에 대해 논의했으나 청산과 추가 자금 지원 중 방향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한보철강·기아자동차·한진해운·대우조선해양 등 부실기업에 대해 구조조정 원칙을 어기면서까지 혈세를 투입했지만 이를 통해 연명한 기업들이 자생력을 갖추지 못하고 추가 지원을 받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번에도 국민 경제에 끼치는 영향·해당 산업의 경쟁력 감소·실업자 발생 등을 이유로 구조조정을 지체한다면 5000억원 및 추가적인 혈세낭비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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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동조선해양 |
지난 2010년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간 성동조선도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으로부터 7년간 2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받았으나 경영정상화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국정감사에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이 지적한 것처럼 수은이 저가 수주 방지시스템을 통해 추가 부실을 막겠다고 해놓고 저가 수주를 허용했음에도 목표 달성에 실패, 영업손실이 급증했다.
또한 지난 6월 회사 측이 ▲경영정상화 이행 약정의 충실한 이행 ▲선박건조 및 인도 관련 철저한 공정준수 ▲채권단 앞 제출한 자구계획의 충실한 이행을 골자로 한 노사 확약서를 제출했지만, 8월 기준 전체 계획의 22%만 이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수은은 조선업황이 역사상 저점에 있으며, 조선업의 수익성을 엄격하게 따지면 반발이 일어난다는 입장이지만 반등 가능성에는 의문이 따른다.
가격경쟁력도 중국업체들에게 밀려 실적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존 대출을 연장해주거나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등 '링겔'을 꽂을 경우 채권단의 부담만 커질 수 있다.
원칙에 의한 구조조정은 아픔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제 때에 수술을 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독해질 수 있 듯 구조조정 시기를 놓친다면 산업 전체의 경쟁력이 하락할 수 있다. 아울러 '대마불사' 심리에 따른 도덕적 해이가 우리 산업 전반에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원칙을 벗어난 자금투입은 근절돼야 한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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