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최서원의 조카 장시호씨가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으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피해자'라는 의견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장씨는 최서원과 함께 삼성을 압박해 돈을 갈취한 것을 포함, 모든 혐의가 유죄로 인정 받았다. 따라서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의 피해자라는 점이 부각돼 항소심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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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연합뉴스 제공 |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는 지난 6일 장씨가 삼성을 압박해 영재센터에 16억여원을 후원하게 한 혐의를 언급하며 "장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를 누구보다 잘 아는 위치에 있으면서 이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장씨의 혐의가 유죄로 확정됨으로써 영재센터가 수상한 단체였다는 점이 다시금 확인됐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이 점에 대해 "한국영재센터 지원 결정 당시, 최씨와 장씨의 이득을 위해 설립한 센터라는 것을 알 수 없었다"는 입장을 공고히 한 바 있다. 영재센터 후원은 정부의 요청과 공익적 측면을 감안한 결정이었다는 의미다.
삼성 뿐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와 강릉시도 영재센터에 후원사실이 있었음을 언급하며 "삼성에만 법적 평가를 달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 6일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는 "삼성이 국내 최대 기업이라는 이유로 권력으로부터 가장 많은 후원요청을 받았고, 가장 많은 후원금을 내야 했다"며 "이 점이 이번 사건의 본질이자 핵심"이라고 꼬집었다.
또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인용해 "헌재는 '기업들이 국정농단 사태 와중에 재산권,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는 것을 명확하게 밝혔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의 이 같은 설명은 삼성의 한국영재센터 후원이 '준조세'의 성격이었을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준조세는 세금은 아니지만 꼭 납부해야 하는 부담금을 뜻한다. 정부의 요청에 의한 후원도 이에 해당된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 관계자는 "삼성의 영재센터 후원은 준조세에 해당하는 부담금이었을 뿐 대통령에 대한 뇌물로 연결 짓는 것은 무리"라며 "이 부회장은 사실 국정농단 사건의 피해자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변호인단 역시 지난 공판에서 "국정농단에 가담한 사람과 피해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의 위치가 바뀌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사람들의 진술의 신빙성을 엄격하게 심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정농단 사건에 가담해 기업으로부터 여러 이익을 챙겨간 사람들보다 그런 사람들로부터 시달리고 경우에 따라 곤혹을 치른 기업이 피해자라는 의미다.
한편 장씨에 대한 유죄 판결로 장씨와 최씨, 그리고 박 전 대통령의 공모 관계가 인정된 점에 착안, 해당 판결이 이 부회장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법조 관계자는 "특검은 삼성이 최씨, 박 전 대통령과 공모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변호인단은 삼성이 피해자라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며 "양측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장시호에 대한 판결이 이 부회장의 재판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예단할 수 없다"면서도 "판결을 내린 재판부는 다르지만 '국정농단'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아예 영향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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