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2002년 부산항 방문 후 15년 5개월 만에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에 들어온 만경봉 92호(9627t급)를 타고 도착한 북한 예술단 130여 명은 6일 하선을 거부하고 우리 정부가 준비한 영접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통일부는 이날 "일정상 하선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선 거부의 정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으나, 예술단 방남을 반대하는 보수단체의 반대 시위 때문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체감온도 영하 7도의 혹한 속에 이날 묵호항 주변 부두에는 한반도기를 들고 환영하는 인파를 비롯해 태극기를 들고 예술단 방남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는 보수단체가 뒤엉켜 서로 구호를 외쳤다.

'환영한다'와 '돌아가라'는 외침이 곳곳에서 나오는 가운데 "북한으로 돌아가라", "평양올림픽 반대한다" 구호를 외치던 이들 중 일부가 인공기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사진에 불을 붙이자 경찰이 급히 끄는 소동도 벌어졌다.

앞서 2002년 9월 부산아시안게임 당시 만경봉 92호에 대한 반응은 적대적이지 않았다.

당시 만경봉 92호를 타고 입항한 북한 응원단과 부산 주민 간의 충돌을 우려한 경찰이 다대포여객터미널에 경비초소를 증설하고 부두 앞에 통제선까지 설치했지만 별다른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

이번 입항의 경우 정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도착 1시간 전부터 만경봉 92호가 정박할 묵호항 일대에 대해 민간이 헬기나 드론을 날리지 못하도록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했다.

또한 정부는 연안여객선 터미널 출입구를 봉쇄하고 금속탐지기와 보안검색대를 설치한 가운데 국내외 취재진 150여 명의 근접 취재도 통제했다.

이날 오전 6시경 함경남도 원산을 출발해 11시간 만에 입항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과 단원 114명 등은 내리지 않고 첫날밤을 보냈다.

선원 일부가 갑판으로 나와 정박을 준비했고 대부분의 선실 창은 커튼으로 가려졌다.

당초 전날 기술진에 이어 본진이 이날 인제 스피디움에 머무를 예정이었으나 북측이 기술진은 강릉에서, 본진은 만경봉 92호에서 숙식을 해결하기로 결정해 인제 스피디움 측은 보상과 관련해 정부와 추후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이에 대해 7일 정례브리핑에서 "관계기관 간의 협의를 통해 원만히 해결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8일 강원 강릉아트센터, 11일 서울 국립극장 공연을 앞두고 있는 예술단은 8일 강릉 공연 때까지 만경봉 92호를 숙소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들은 강릉 공연을 마친 후 서울 워커힐 호텔로 숙소를 옮길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만경봉 92호의 향후 일정에 대해 7일 "구체적인 출항부분은 협의 중"이라며 "예술단의 강릉 체류 기간 동안 머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