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주영 기자]대통령 전용기로 사용중인 '공군 1호기' 임대기간 만료가 2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항공기를 임대하느냐 구매하느냐를 두고 깁론을박이 한창이다. 결론은 역시 지난 정권때와 다르지 않은 국격 프레임으로 여야가 여론몰이를 하는 모양새다. 현재의 ‘임대 전용기’는 세계 12위권의 경제력을 보유하게 된 우리의 '국격'에 걸맞지 않다는 주장과 국격을 넘어 구매비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러나 '국격'의 기준을 어디에 둬야 하는지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역대 정권에서 대통령 전용기 도입이 논의될때마다 이 '국격'이라는 단어는 꾸준하게 등장해 왔지만 그에 견주어서 비교되는 것들은 대부분 미국 대통령의 전용기 '에어포스 원'에 설치된 고가의 특수 장비나 수행원석 수 등을 비교하는 정도였다. 미국은 전용기 6대를 운용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한 대의 전용기도 없다는 식의 논리로 접근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통령 비행기를 에어포스 원 정도로 바꿔주면 국격이 승격되는 것일까. 아님 그와 걸맞은 항공기라도 도입해야 대한민국이 선진국이라는 것을 과시할 수 있는 것인가.
진정한 국격은 대한민국 스스로 자체 제작한 비행기를 대통령이 타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현재 대한민국 대통령의 전용기는 정확히 말하면 '전세기'다. 우리나라가 제작한 것도 구매한 것도 아니라는 의미다. 이는 모두 미국(보잉)이나 유럽(EADS)으로부터 입찰 또는 계약을 거쳐야 우리 품으로 들여올 수 있는 것들이다.
자국산 전용기를 이용중인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항공기 독자개발조차 요원한 상태다. 우리나라는 한국항공우주(KAI)가 개발한 KC-100 나리온이라는 단발기만 정부 승인을 받았을 뿐 대부분 민항기 등은 모두 해외에서 들여와 쓰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일본이나 중국, 러시아는 민항기 개발까지 이미 완료돼 시험비행을 완료한 상태로 우리나라가 그보다 훨씬 수준이 뒤쳐져 있다.
물론 미국이나 일본이 정상 해외순방 때 2~3대의 전용기를 운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는 전세기 한 대로 모든 행사를 수행하고 있어 전세기를 차라리 구매하자는 주장도 일견 이해된다.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의 첫 방미 행사 당시 전용기 좌석이 모자라 일부 청와대 참모진과 취재기자들은 별도 민항기를 타고 이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전용기 도입 자체를 반대할 이유도 딱히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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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부 최주영 기자 |
하지만 조금 더 최신 기종의 항공기를 전용기로 구매한다고 해서, 더 비싼 장비를 탑재한다고 해서 그 나라의 국격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느냐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완제기' 한 대 조차 제작할 수 없는 나라에서 타국에 의존하는 형태로 '국격'을 논하는 것은 정치 프레임 또는 타성에 젖은 관습으로 여겨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먼저 국내 항공산업 육성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한국의 국격을 높이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국격이라는 단어는 그럴 때 써야 하는게 아닐까.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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