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유진 기자] 존폐 기로에 선 성동조선해양이 결국 법정관리 수순을 맞게 됐다.
8일 정부는 서울정부청사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 하에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두 회사의 구조조정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날 김동연 총리는 채권단의 의견을 받들여 성동조선해양에 대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고 발표했다.
STX조선은 수주 잔고가 16척이 남아 있는 등 자력으로 생존이 가능해 자구노력을 강구하기로 했다.
그동안 정부는 두 조선사에 대해 부실이 크다고 보고 청산 여부를 검토해왔다. 지난해 11월 삼정KPMG회계법인이 컨설팅을 진행한 결과 성동조선은 청산가치가 7000억원으로 존속가치 2000억원에 비해 3배나 높아 청산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당시 수주 잔고가 남아있던 STX조선과 달리 건조 선박이 없어 청산가치가 더 높다고 본 것이다.
이후 정부는 2차 컨설팅을 진행한 결과를 바탕으로 성동조선은 수리조선사나 블록조선사로 업종 전환, STX조선은 인력 30% 감축안 등을 검토하던 중 결국 막판 조율 끝에 성동조선만 법정관리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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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성동조선해양 |
10대 조선사에서 법정관리까지…우여곡절
성동조선은 2004년 10월 400억원을 들여 선박 건조시설을 완공하면서 그 해에만 8척의 수주에 성공하는 등 국내 중소 중견사로선 호황의 길을 걸어왔다. 2008년 예상 수주액만 1조원에 이르는 등 가동률 100%를 달성하기도 했다.
2008년 영국 조선·해운 시황분석 전문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성동조선은 세계 조선업체 중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 기준 9위, DWT(재화중량톤수) 기준으로는 6위를 기록 차지하는 등 한해 수주만 120척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전세계 조선업에 불황이 닥치면서 수주가 급감했고 투자했던 파생상품마저 손실돼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이후 2010년 채권단의 자율협약(공동관리)에 들어가는 수모를 겪었고 수주물량을 늘리고 고강도 구조조정 등을 펼쳤지만 결국 2017년 11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 기간 채권단은 성동조선을 살리기 위해 4조원의 자금을 투입했지만 매년 영업이익은 300억~400억원 수준에 불과해 청산 기로에 서게 됐다. 성동조선이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에 진 빚만 2조5000억원으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 연속 손실이 발생해 1조3000억원 적자가 쌓인 상태다.
STX·성동조선, 금융권 논리에 생사 갈렸다
이날 김동연 장관은 "채권단이 제시된 업황의 전망과 양사의 경쟁력, 추가 구조조정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볼 때 성동조선에 대해서는 법정관리가 불가피했다"며 "STX는 고강도 자구노력과 사업재편을 통해 1달 내에 노사확약이 없으면 원칙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컨설팅 결과에서 STX조선에 대해서는 중형 탱커선(50K~70K 석유화학제품운반선)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보여 왔으나, 국내·해외(중국 및 베트남)와의 경쟁 심화 및 기술 격차 축소, 원가 경쟁력 상실 등 현재의 경쟁 구도와 원가 구조로는 정상화가 불확실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다만 5조원 규모의 출자전환과 이자비용 면제, 상환유예 조치로 추가적인 재무관리 요소가 없고 지난달 말 기준 가용자금이 1475억원으로 신규 자금 투자 없이 자체자금으로 일정기간 독자경영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STX에 대해선 살리는 방안을 마련했다.
반면 성동조선은 경영적 측면에서 채권단의 추가 자금지원이 불가피하는 등 산업 재편에 따른 경기 전망도 불투명해 회생절차 신청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이번 기업 구조조정 때 금융 측면 대신 일자리와 협력 업체 등 산업적 측면까지 모두 고려할 것이라 예고했지만 결국 금융권의 손을 들어줬다.
[미디어펜=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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