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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구 소설가·정신과전문의 |
이념의 전선이 판치던 시절, 자신의 두 아들을 죽인 원수를 양아들로 입적해 키우며 진정한 용서의 길이 무엇인지를 일깨워 준 목회자 손양원. 분열과 갈등, 증오로 치닫는 이 시대에 그가 던지는 울림은 감동을 넘어 가슴 묵직한 과제를 던진다. 미디어펜은 소설가이자 정신과 전문의인 신용구 원장의 '소설 손양원:용서'를 연재한다. 소설을 통해 진정한 용서와 화해 그리고 우리사회의 병폐인 갈등과 증오를 치유하는 길을 묻는다. 필자인 신 원장은 용서의 의미를 새삼 일깨워준 손양원 목사님께 감사를 드리고, 독자들 역시 손양원 목사의 인생을 통해 용서의 진정한 의미를 가슴에 한번 되새겨 보았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편집자 주]
귀천-1·2
1
손양원과 그가 양자로 받아들인 박태수를 태운 지프가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는 서울역을 출발해 남대문을 지나고 고개를 넘어 남산 예제(예수님의 제자들 교회) 교회 앞에 당도하자, 뜻밖에도 사람들이 우르르 떼를 지어 몰려나와 성난 목소리로 고함을 쳤다.
"성스러운 부흥회에, 살인자가 웬말이냐?"
"살인자가 웬말이냐? 담임 목사는 각성하라!"
눈대중으로 보아도 교회 정문에서 지프의 진입을 가로 막고 항의 시위를 벌이는 사람의 수는 족히 오십 여 명이 되고도 남을 것 같았다.
"장로님, 이게 무슨 일입니까?"
손양원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놀라서 어안이 벙벙한 얼굴을 하고는 자신을 안내하기 위해 손수 바깥 걸음을 한 제일 교회의 오 장로에게 물었다.
손양원은 남산 제일 교회에서 열리는 부흥회에 초대를 받아 박태수와 함께 교회 부흥회에 참석하기 위해 여수에서 상경한 길이었다.
부흥회를 앞두고 며칠 전부터 박태수 문제로 교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걱정은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참석 인사가 다름 아닌 손양원 목사라 교인들이 섣불리 행동에 나서지 않을 거이라 내심 생각해 마음을 놓고 있던 터였다.
이 와중에 교인들의 기습 시위를 만나고 보니 부흥회 행사를 총책임지고 있는 오 장로 입장에서는 여간 곤혹스럽지가 않았다.
질 좋은 페르시아 양모로 지은 세련된 양복을 입은 오 장로는 비누 공장 사장답게 얼굴도 파리가 춤을 추다 미끄러질 만큼 반질반질했는데, 그가 뱁새를 닮은 눈을 안팎으로 부지런히 굴려가며 눈치를 살피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목사님, 죄송하지만 박 군은 차에 두고 목사님만 들어가시면 어떨까요?"
교인들이 거센 항의 때문에 아무래도 아무런 불상사 없이 정문을 그냥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했던 것인지 오 장로가 서둘러 꼬리를 내렸다.
"내가 분명 여기 오기 전에 말하지 않았습니까? 이놈도 같이 강단에 오르지 않을 것 같으면 안 온다고 내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손양원이 눈살을 찌푸리며 그에게 볼멘소리를 하자, 오 장로는 자신의 입으로 내 뱉은 말이 있어 유구무언 상기된 얼굴을 하고 입을 다물었다.
반질거리는 그의 이마와 정수리에서는 샘물처럼 땀방울이 퐁퐁 솟아나왔고, 성긴 머리카락 사이를 수로삼아 땀방울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어 금방 속옷과 흰 와이셔츠 깃이 흥건히 젖어 보기가 딱할 정도였다.
손양원은 그의 입장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강단에 서서 강론을 하지 않았으면 않았지 그의 제안을 받아들여 홀로 강단에 오를 생각은 어림 반 푼 어치도 없었다.
동인·동신 두형제의 장례식을 치른 후로 박태수를 용서한 일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손양원의 이름이 하늘을 찔렀다. 그래서 전국 각지의 교회에서는 그의 명성에 기대어 부흥회를 말 그대로 부흥시킬 요량으로 손양원을 자신들이 주최하는 부흥회에 서로 초빙하려 난리를 피웠다. 그런데 손양원이 그들이 요구하는 부흥회 참석에 조건을 하나 내걸면, 적지 않은 교회가 난색을 표하면서 슬그머니 자신들의 제안을 거두어들이곤 했다.
그 조건이란 바로 박태수와 함께 부흥회장의 단상에 올라 부흥회장에 나온 교인들을 상대로 하여 신앙 간증을 하는 일이었는데, 손양원은 이렇게 하는 것이 예수가 이 피조물에게 전해준 용서와 참 사랑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가슴에 되새길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살인자를 내세워 강론을 하겠다는 손양원의 의도와 생각이 모든 사람들에게 아무런 편견 없이 받아들여지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손양원의 특별한 생각과 결단을 고귀하게 여기며 그에 감동해서 찬사를 보내고 있었지만, 살인자가 강단에 서는 행위를 거룩한 하느님의 성전을 오염시키고 타락케 하는 불경으로 보는 생각이 완고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서울 시내 여러 교회 가운데 이북에서 월남한 사람이 유독 많은 남산 제일 교회의 교인들이 대체로 완고한 편이었다.
그들 자신이 공산당에게 땅을 빼앗기고 고향을 등진 사람들이었던 탓에 이념적으로 경도될 수밖에 없었고, 공산당에 대한 편견도 심해 남로당 출신의 살인자를 강단에 세운다는 것은 이유를 불문하고 그들로서는 상상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일이었다. 공산당 소리만 들어도 그날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아무튼 매듭은 풀 수 없을 만큼 상황이 점점 어렵게 꼬여가고 있었다. 시위대의 수는 잠깐 사이에 배로 늘어나 있었고, 오 장로는 이 모든 것이 상황을 가볍게 본 자신의 경솔한 판단 때문이라 자책하기 보다는 모든 것이 박태수란 인물 때문이라고 생각해 가자미눈으로 그를 흘기며 그에 대한 원망을 은근히 드러내는 한편 손양원 앞에선 죽을 시늉을 하며 머리를 조아리고는 통사정을 했다. 하지만 손양원은 요지부동이었다.
"목사님, 이번 부흥회는 저희 교회 입장에서는 교회의 명운이 걸린 일입니다, 다시는 이런 불상사가 없도록 할 잘 단속할 터이니 요번 한번만 봐주세요."
"장로님, 같은 얘기를 두 번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전 제 아들과 같이 부흥회에 참석하기 위해 왔습니다, 죄인이 된 제 아들을 교인들께서 받아 주실 수 있을 때 그 때 다시 불러 주십시오, 그러면 그 때는 흔쾌히 초청을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이만 서울역으로 차를 돌려주시지요."
"목사님!"
손양원은 그의 눈길을 외면하고는 고개를 돌려 자기 옆에 앉아서 어찌할지를 몰라 좌불안석이 된 박태수의 얼굴을 바라보며 손을 꼭 잡았다.
"아버님,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박태수는 손양원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괴로워하며 또 다시 울먹였고, 그는 자신의 아들이 된 박태수의 마당같이 널찍한 등을 두드리며 위로했다.
"태수야, 이건 네가 미안해할 일이 아니야,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들은 편견의 잣대를 가지고 너를 재단하는 저런 사람들이란다, 어쩌면 넌 앞으로 더 심한 사람들의 비난과 편견에 시달리게 될지도 몰라. 그래도 넌 그 압력에 절대 무릎을 꿇어서는 안 된다, 네가 해야 할 일이 있어, 넌 사람들의 나쁜 인습이 만들어 낸 편견의 벽을 깨부수고 주님의 사랑이라는 것이 얼마나 위대하고 아름다운지 네가 세상 사람들에게 증명해 보여주어야만 해, 알겠니?"
울먹이는 박태수의 귀가에 올려 퍼지는 손양원 목소리는 이들 부자가 기차를 타고 여수로 내려가던 길 내내 너울처럼 물결치며 박태수의 가슴을 출렁이게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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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웰컴투동막골' 스틸 컷. |
2
신학교 교정을 가슴으로 품고 있는 봉래산, 산자락에 흐드러지게 핀 오월의 여왕 철쭉과 만발한 아키시아 꽃이 서로 앞 다투어 유혹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해풍에 몸을 실은 이들의 체취가 한바탕 춤을 추면 온 교정이 봄기운을 받아 후끈 달아올랐다.
"여러분은 누가 예수를 죽였다고 생각합니까?"
예수의 죽음을 둘러싼 논쟁에 불을 지핀 젊은 L 교수의 질문에 목회자를 꿈꾸는 젊은 신학생들이 여기저기 손을 들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지시한 사람은 총독 빌라도지만, 십자가에 매단 놈들은 군인들이니 군인들이 죽인 것입니다.'
"아닙니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억지소립니다, 예수에게 못을 박은 군인들이 예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한다면,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힌 것이 하느님의 뜻에 따른 것이니, 예수님을 죽인 장본인을 하느님이라고 말을 해야 하는 것입니까? 그게 아니지요, 여러분, 그렇지 않습니까?
아무튼 군인들이 예수를 십자가에 매달고 못을 박은 것은 그저 상관의 명령에 따른 것이지 그들 자신이 자의적으로 판단한 것이 아닙니다. 사형 집행관이 당국의 결정에 따라 사형수에게 사형을 집행하듯이, 상관의 명령을 따르는 것은 군인으로서는 너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니 예수의 죽음을 결정하는데 있어 1퍼센트의 책임도 없는 그들에게 그 죄를 묻는 것은 너무나도 비열하고 파렴치한 생각입니다. 예수 죽음의 모든 책임은 마땅히 유대 땅을 다스리고 있던 총독 빌라도에게 있습니다."
이처럼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신학생들이 예수 죽음의 진실에 대해 갑론을박을 하고 있는 가운데, 침묵을 지키고 있던 박태수가 번쩍 손을 들었다.
동료들의 눈길이 모두 그에게 쏠렸고, 그를 바라보는 신학과의 홍일점 희자의 눈도 반짝 거렸다.
그녀는 부산에서 명망이 높은 판사의 고명딸이었는데, 음악을 전공하라는 아버지의 뜻을 꺾고 신학에 뜻을 두고 스스로 신학교 입학을 결정한 재원으로 늘씬한 키에 미모와 지성까지 겸비해 모든 신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콧대가 높고 도도해서 아무도 말을 못 붙이고 있었는데, 아무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는 그녀가 유독 한사람에게만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가 박태수였다.
"다양한 생각이 있을 수 있지만, 저는 예수의 죽음을 동족들의 음모에 의한 의도적인 계획 살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립니까?"
태수의 의견에 벌컥 성을 내며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이는 태수를 자신의 라이벌로 여기고 있는 이성호였다.
그는 아버지가 대형 방앗간에다 제재소까지 운영해 부산 동래에서는 제법 방귀 꽤나 뀌는 집안의 막내아들이었다. 그런데 늦둥이로 태어나다보니 부모의 사랑이 지나쳤고 이게 화근이 되어 그는 버릇이 없고 만사가 제멋대로인 사고뭉치가 되어 있었다.
이를 보다 못한 그의 아버지가 고심 끝에 이 골칫덩이 막내를 사람 한번 만들어 보겠다고 신학교에 보낸 것인데,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새는 법이라 입학하자마자 금방 학교에서도 악동으로 이름이 높았고 지고는 못사는 성미라 질투심도 대단했다.
이 때문에 태수가 같은 과 동료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은근히 못마땅했는데, 자신이 마음을 두고 있는 희자가 자신에겐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오로지 태수만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알고는 태수를 몹시 미워하고 있었다.
이런 연유로 그는 건수만 되면 태수에게 망신을 주거나 골탕을 먹이려고 발악을 했다. 눈꼬리가 파르르 떨리고 있는 이성호의 모습을 보아하니 오늘도 그냥은 넘어가지 않을 기세였다.
"박태수씨 주장대로라면 성경에 기록된 예수가 본디오 빌라도에 사형 판결을 받아 죽임을 당했다는 역사적 사실마저 부정하는 것입니까?"
"물론 그렇습니다. 지적한 내용이 맞습니다. 그러나 예수가 왜 죽어야 했는가 하는 본질적인 문제로 그 범위를 좁히다보면 그 지적이 꼭 옳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군인들이나 빌라도도 알고 보면 자신의 의사에 반해 어쩔 수 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단순히 수행한 사람들에 불과할 뿐이지 자발적으로 예수를 죽이는데 관연한 사람들은 아니란 걸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예수를 죽음으로 몰아갈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고 근거를 찾기 위해 고민한 사람들은 유대를 지배하고 있던 로마인이 아니라 예수의 동족이었던 유대인들이었습니다."
태수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듣고 있던 L 교수가 위태롭게 콧잔등에 걸쳐 있는 안경을 밀어 올리고는 싱긋 웃으며 물었다.
"좋아, 그럼 왜 유대인들이 예수를 죽이려고 했을까?"
"예수의 사상이 유대의 기득권 세력들에게는 큰 부담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기득권 세력은 율법을 지키는 것을 최고의 가치이자 미덕으로 여겼습니다. 그래서 자신들의 정신과 육체가 아무리 타락해도 율법만 지키면 구원을 받고 천국에 갈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는 율법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믿음이라 했습니다. 믿음이 없는 자는 당연히 구원을 받을 수 없다고 하였고, 부자가 천국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 보다 어렵다 하였습니다.
예수의 이런 발언은 유대 지배계층이 보이고 있던 위선적이고 이중적인 모습에 대한 예수의 지적으로 회개하지 않고 반성하지 않으면 그들에게는 천국이 절대 보장될 수 없다는 강력한 경고였던 것입니다. 유대 땅에서 하층민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던 예수가 자신들의 존재를 깡그리 무시하고 부정하는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이로 인해 자신들의 입지가 불안정해지다 보니 기득권을 지켜내기 위해 부득이 그들로서는 모종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라 생각됩니다."
탁자에 비스듬히 기대어 턱을 괸 채로 태수의 얘기를 잠자코 듣고 있던 L 교수는 태수를 시험 하듯 물었다.
"좋아, 그런데 예수의 사상이 기득권의 이익을 위협할 정도로 혁명적이었다는 사실은 인정해, 하지만 아무리 혁명적이라 해도 혁명적 사상을 가진 지도자가 모두 죽음을 맞이하지는 않거든, 그런데 예수는 왜 죽게 되었을까?"
태수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더니 물 만난 고기처럼 신이 나서 말을 이어나갔다.
"죄송하지만 먼저 교수님의 가정적 오류 하나를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교수님 말씀은 혁명가의 죽음을 곧바로 혁명의 실패라는 등식으로 이해하고 말씀하셨다면 일단 그 가정은 틀린 것으로 먼저 지적하고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예수의 혁명이 성공했다는 것은 2천년이 지난 지금 2세기 중기의 이 시점 이 강의실에서 우리가 예수를 논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혁명이 실패한 것이 아니라 성공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L 교수는 태수의 해석과 지적이 재미있는지 손으로 입을 가린 채 키득거리며 고개만 끄덕였다.
"저는 예수의 죽음에는 한 가지의 유력한 정치사회적 이유와 두 가지의 신학적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수가 하느님의 말씀을 전할 당시 로마의 지배를 받던 유대는 비교적 안정된 사회였습니다. 굳이 예수를 죽이고 싶지 않았던 빌라도가 유대 지배 계층들의 압력에 못 이겨 그들의 요구를 수용한 것만 보아도, 로마 정치인들과 유대의 핵심 지배 계층 사이에는 갈등이나 알력보다는 상호 협력의 관계에 놓여 있었다고 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예수의 죽음은 유대지배계층에게는 앓던 이를 빼는 일이었고, 빌라도로 봤을 땐 예수 한 사람을 버리고 유대 지배계층의 굳건한 협조를 얻게 되었으니, 그들 입장에서 예수의 죽음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이것이 정치·사회적인 배경라면 신학적으로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원죄에 대한 속죄의 의미 외에도 저는 개인적으로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는 우직한 인간들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기 위한 하느님의 퍼포먼스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다시 말하면 '그래, 나는 죽은 생명도 살리는 존재다, 그런데도 나를 믿지 못하겠느냐? 이 어리석은 놈들아!' 하고 말입니다."
싱글벙글 웃고 있던 L교수의 입이 어느 새 귀밑에 걸려 있었다.
"좋아, 아주 좋아, 박태수, 자네 지금 한 얘기 잘 정리해서 리포트로 내도록, 알겠나! 그리고 여러분들도 박 태수군처럼 사물이나 사회 현상은 물론이고 성경도 다양한 관점에서 각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훈련을 많이 해 돼, 그래야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고 올바른 목회자가 될 수 있어, 모두 알겠나!"
"예"
"그럼, 우리 모두 태수에게 응원의 박수 한번 보내자!"
L 교수의 칭찬이 떨어지기 무섭게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로 작은 강의실이 떠나갈 듯 들썩 거렸다. 태수를 바라보는 희자의 입가엔 환한 미소가 보름달같이 두둥실 떠올랐고 초롱초롱한 눈은 윤기가 더해져서 샛별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그런데 이성호만은 배알이 꼬였는지 팔짱을 낀 채 똥 씹은 얼굴을 하고는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계속> /신용구 소설가·정신과전문의
[신용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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