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정광성 기자]문재인 대통령은 26일 개헌안을 발의하면서 국회는 60일 ‘개헌 전쟁’이 시작됐다. 대통령 개헌안에 대해 갈등을 보이던 여야도 27일부터 개헌 협상에 돌입했다. 

대통령 개헌안을 놓고 국회가 ‘가부’를 결정짓는 과제를 떠안은 것은 1980년 이후 38년 만이다. 지금까지 총 9차례의 개헌 가운데 대통령 발의는 1962년 국가재건회의 개헌과 1972년 유신헌법, 1980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8차 개헌 등 단 세 차례였다.

당시에는 여당이 절반을 훨씬 넘는 제1당을 차지하고 있어 대통령 발의가 곧 개헌이었으나 ‘여소야대’ 정국인 20대 국회에서는 정부·여당과 야 4당이 첨예하게 맞서 대통령안의 국회 통과에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여야 합의로 4월 시작되는 임시국회 나와 6월 지방선거 동시 개헌의 필요성에 관해 설명할 계획이다.

하지만 여야가 개헌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대통령직선제 개헌안을 통과시킨 1987년 이후 31년 만의 개헌열차는 종착역이 어딘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야가 문 대통령 개헌안 국회 의결 시한인 5월 24일까지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국회는 개헌안 표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국회 개헌안 미합의 시 표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여당 한 초선 의원은 “여야 대표들이 협상에 들어간 만큼 기다려 봐야 한다. 하지만 한국당이 끝내 협조하지 않으면 우리 당은 무조건 표결에 나설 것”이라며 “만약 대통령 개헌안이 부결되면 한국당은 개헌 무산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당 한 중진 의원도 “개헌은 국회주도로 해야 한다. 대통령 개헌안은 말이 안된다”라며 “여당이 대통령 개헌안 표결을 강행하면 한국당은 표결에 불참해 부결시켜 버릴 것”이라고 맞섰다.

여야의 극적 합의를 통한 6·13 지방선거·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는 아직 살아 있는 카드다. 다음 달 말까지 여야가 국회 개헌안에 합의한 후 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 특별위원회(헌정특위) 의결을 거쳐 5월 초 개헌안을 공고하고 5월 24일 이전 본회의에서 의결하는 것이 민주당이 그리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여야 3당이 협상을 시작했지만, 민주당은 명시적으로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이 요구하는 국회 총리추천제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협상 진척을 위해 여야가 1명씩 복수의 국무총리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추천하는 방안과 현재 ‘재적 과반 출석에 출석 과반 찬성’인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의결 정족수를 강화하는 방안 등 야당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안도 거론된다.

다만 6월 지방선거·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 가능성은 떨어진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개헌 국민투표가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될 경우 ‘여권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한 한국당의 반대 탓이다.

‘6월 개헌합의·10월 개헌론’은 한국당이 제시하는 개헌 로드맵이다. 올해 초 새로 구성된 헌정특위의 활동 시한이 6월 30일까지이므로 앞으로 3개월간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국회가 개헌안을 마련하자는 주장이다. 7∼8월 중 국회 개헌안에 대한 본회의 표결을 실시한 뒤 국민투표 공고 기한(18일) 후 9월에 개헌을 마무리 짓자는 것이다.

이 역시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여당이 지방선거와 개헌안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포기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여야 대립이 계속되면 개헌이 무기한 연기될 수도 있다. 문 대통령 개헌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고, 국회가 개헌 시점 및 권력구조 등 주요 쟁점에서 합의안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다.

   
▲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사진=미디어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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