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 지원으로 '재활용품 가격구조' 해결 못해…업체 줄폐업·시민들 안일한 분리수거도 배경
[미디어펜=김규태 기자]환경부가 2일 분리수거 쓰레기 대란을 가라앉히기 위해 재활용 업체들에게 일시적인 지원금을 조기 지급하고 잔재물 소각 비용을 낮추기로 결정했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7월 중국 정부가 올해부터 재활용 쓰레기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예고된 사태였지만, 환경부의 이날 대책 마저 한발 늦었다는 비판이다.

더구나 전국 100여개 수거업체를 대표하는 조합인 한국재활용업협동조합연합회가 2일 "재활용 쓰레기에 대한 수거를 계속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시작한 쓰레기 대란이 지방으로 확산될 가능성 또한 커졌다.

또한 환경부가 2일 오전 "수도권 48개 모든 업체가 수거 재개에 동의했다"며 대책을 발표했지만, 이는 환경부 소관기관인 한국자원순환유통지원센터가 수거 거부에 들어간 37개 업체에게 전화를 걸어 깨끗한 재활용품만 수거하는 조건으로 구두 요청한 것을 '모든 업체가 수거 재개에 동의했다'고 보고하면서 불거진 해프닝으로 드러났다.

환경부는 이에 대해 뒤늦게 "3일까지 업체들에게 연락을 돌려 서면으로 동의를 구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환경부는 이날 "폐비닐·폐스티로폼은 관련법령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이 분리수거 대상품목으로 지정해 수거해야 하는 품목"이라며 "분리수거 품목을 조례에 따라 배출하지 않으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안내했지만, 재활용 업계는 이에 대해 지자체-중앙정부 간 떠넘기기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업계는 쓰레기 대란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재활용품 가격이 계속 하락할 수밖에 없는 수요-공급 구조를 꼽고 있다.

   
▲ 환경부는 2일 분리수거 쓰레기 대란을 가라앉히기 위해 재활용 업체들에게 일시적인 지원금을 조기 지급하고 잔재물 소각 비용을 낮추기로 결정했다./사진=미디어펜

재활용 쓰레기 가격은 중국 정부가 수입 중단을 예고한 지난해 하반기 1㎏당 140~150원이었지만 올해 1월 수입 중단이 현실화된 후 3월에는 90~110원까지 하락했다.

재활용 가격은 수거업체가 1차로 각 지역 단지들을 돌며 수거한 후 이를 종류별로 선별업체(수도권 48곳)에 파는 구조로 형성되는데, 중국의 수입 중단 후 외국산 수입이 국내로 쏟아져 들어오자 가격이 계속 떨어졌고 기존 폐지·폐병 수익으로 이에 대한 충당이 안 된다는 설명이다.

결국 재활용 쓰레기 수거업체는 일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고, 이를 받아 파는 선별업체도 수요가 없어 뾰족한 수가 없는 지경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폐비닐의 경우 국내 시멘트공장이나 열병합발전소에서 연료로 써왔지만 지난해 발전소 설립도 무산되는 등 수요가 계속해서 줄어들었다고 전했고, 시민들이 버리는 재활용품 상태가 깨끗하지 못해 재가공하기 어려운 실정도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환경부는 2016년 7월 재활용시장의 하락 추세를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제안한 내부 보고서를 냈지만. 보고서 작성을 지시했던 차관이 교체되면서 후속대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중국의 재활용쓰레기 수입 규제로 인해 올해 1~2월 우리나라 폐플라스틱 대중 수출량은 전년도 동기에 비해 92% 감소했고 폐지 수출량은 40% 줄어들었다. 

수익성 악화로 업체들의 폐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1월부터 중국측의 폐기물 수입 중단으로 촉발된 쓰레기 대란에 대해 정부가 실효성 있는 정상화 대책을 추가로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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