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에 노출된 삼성…둑 붕괴 바늘구멍부터 시작
직접고용, 비용 상승․경쟁력 약화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사 임직원 약 8000여명을 정규직으로 직접고용 하고 이들의 합법적인 노조활동을 보장해줄 것이라는 방침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이 ‘강성’이라고 평가 받는 금속노조에 노출된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지난 17일 회사의 노동조합인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이 같은 내용의 고용방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에는 삼성에 가해지는 ‘부정적 여론’이 한몫 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이 최근 삼성의 노조 와해 공작을 빌미로 압수수색을 가한 데다, 이재용 부회장이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뿐만 아니라 각종 시민단체와 전국민주노동조합연맹, 전국금속노동조합 등은 삼성의 ‘비노조’ 경영을 비판하며 ‘노조’를 설립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해 왔다. 또 협력업체 직접 고용에 대한 요청 역시 금속노조의 요구안이었다.

다만 시민단체와 노조들의 주장과 달리 삼성에는 이미 다수의 노조가 존재했었다.  

삼성생명의 경우 1962년 노조가 만들어졌고, 삼성증권은 1983년, 1990년에 노조가 설립됐다. 또 2011년에는 삼성 에버랜드, 2014년 삼성SDI, 2017년 삼성웰스토리, 삼성엔지니어링, 에스원의 노조가 각각 만들어졌다. 

다만 이번에 서비스센터 협력업체 직원들이 정규직이 되면서 삼성의 노조가 ‘전국금속노조’ 산하에 있게 된 것이 그동안의 기조와 달라진 점이다. 현재 삼성선자는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 대한 99.33%의 지분을 갖고 있다.

   
▲ 삼성 관련 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3일 ‘이재용 부회장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라는 공동기자회견을 마치고 이재용 부회장 면담요청서를 삼성 측에 전달하기 위해 침투하고 있다./사진=금속노조 제공


전문가들은 삼성 노조가 ‘금속노조’ 산하에 있게 된 것에 우려를 표했다. 

현진권 전 자유경제원 원장은 “우리나라 노조는 강성인 경우가 많다”며 “이 같은 노조를 인정한다는 것은 둑에 조그만 구멍을 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진단했다. 그는 “둑의 붕괴는 바늘구멍에서부터 시작된다”며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하는 징조가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의 명분은 ‘시대의 요구’ 등 좋은 말로 포장돼 있지만, 법 위에 군림하며 시장경제 질서를 훼손하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회가 음으로 양으로 ‘노조는 선’이라는 분위기를 몰고 간 것이 사실”이라며 “노조는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것인데 그것을 강요하는 분위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협력 업체 직원을 직접 고용으로 바꾼 것에 대해서도 “협력업체에 대해 직접 고용을 해야 할 이유는 없다”며 “예전부터 협력업체 직접 고용에 대한 요구가 있어 왔는데, 이것은 기업의 선택일 뿐 강요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노동조합은 근로자 단결의 한 형태일 뿐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남 교수는 “경제 환경이 세계화된 1980년대 이후로는 노조 고용관계를 버리고 비노조 고용관계로 전환한 기업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삼성이 정치 논리에 밀려 이런 결정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길게는 비용 상승 및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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