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민주당원이자 파워블로거인 '드루킹'(필명) 김모(48)씨 등 댓글조작 일당과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간의 연루 의혹이 점차 가시화되는 가운데, 검찰·경찰의 몸사리기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살아있는 권력' 현 정권 수뇌부에 대한 확대수사로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검경이 눈치보기에 나섰다는 법조계 해석과, 경찰이 김경수 의원의 '공모·지시보고' 단서를 축소·은폐해 수사공정성을 스스로 허물어 결국 특검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 교차하고 있다.
특히 경찰은 김 의원이 드루킹 김씨에게 기사 URL이 담겨 있는 10건을 포함해 회신한 메시지 14건을 언론이 보도하고 나서야 사실이라고 뒤늦게 밝혀 부실수사 논란을 자초했다.
이와 관련해 20일 드루킹 김씨가 김 의원에게서 해당 URL을 전송받은 후 "처리하겠다"고 답변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더욱이 "김경수 의원은 드루킹으로부터 메시지를 다수 받았지만 대부분 읽지 않았다"며 김 의원 입장을 두둔한 것처럼 발언했던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지난 2003년부터 2004년까지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국정상황실에서 파견근무를 한 것으로 알려져, 드루킹-김경수 연루 의혹에 대한 경찰 수뇌부 신뢰도에 금이 갔다는 법조계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차기 경찰청장 0순위인 서울청장에 이주민 청장이 파격적으로 기용된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 실세들과의 연줄 때문에 이 청장이 영전했다는 안팎의 얘기들이 있다"고 전했다.
경찰 부실수사에 대한 의심은 드루킹 사건을 대하는 행태에서 더욱 커지고 있다.
경찰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고발이 단초가 된 이번 사건에 대해 지난달 22일 증거를 인멸하려는 드루킹 일당 3명을 긴급체포하면서 민주당원임을 확인하지 않았다.
언론이 재촉하자 뒤늦게 당적을 확인해 공개한 경찰은 이들을 구속하면서 수사의 기본인 계좌추적과 CCTV 확보 또한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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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원이자 파워블로거인 '드루킹' 김씨는 3월14일 자신의 페이스북(Sj Kim 계정)에서 "2017년 대선 댓글부대의 진짜 배후가 누군지 알아?"라며 자신이 이를 알고 있음을 암시했다. 사진은 김씨가 자신의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으로 올린 모습./사진=김모씨 페이스북 계정 |
이들이 변기에 버린 USB의 행방은 오리무중이고 핵심공범인 '서유기' 박모씨에 대해 3주 가까이 대면조사를 한번도 하지 않았다.
경찰은 체포한 피의자 3명으로부터 임의로 제출받은 15개 계좌만 들여다보았고, 압수만 하고 분석하지 않은채 검찰로 보냈던 피의자들의 매크로작업용 휴대전화 133대를 돌려받아 뒤늦게 분석에 착수했다.
법조계는 이에 대해 "경찰은 초기 수사의 ABC를 지키지 않아 추가 조작팀 존재 유무와 느릅나무출판사의 실소유주 조사에 대한 타이밍을 완전히 놓쳤다"고 보았다.
경찰은 수사 내내 드루킹 일당 계좌에 대한 영장을 신청하지 않고 자금 출처를 주목하지 않고 있다가 체포 26일 만인 지난 17일 세무회계 전문가들을 포함시켜 수사팀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드루킹 일당의 계좌 추적과 관련한 계좌 수치를 번복하기도 했다.
경찰은 당초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받은 김경수 의원이 읽지 않았다"고 했다가, 김 의원이 회신한 메시지 사실이 알려지자 "수사보안상 공개하지 않았다"며 말을 바꿨다.
현재 드루킹 일당에 대한 1차사건은 서울중앙지법 단독재판부에 배당됐고 검찰의 사건 배당은 정해진 바 없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바른미래당의 수사 의뢰에 "아직 방침이 정해진 것 없다"며 말을 아꼈다.
검찰 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는 검경의 몸사리기에 대해 "활동 경비로만 한해 11억을 쓴 드루킹의 자금출처, 출판사 실소유주를 밝힐 스모킹건에 대해 '분석 필요성 없다'며 검찰에 떠넘긴 행태는 80년대 5공 시절과 다를바 없다"며 "박영수 특검 당시부터 현 정부와 맥이 닿아있는 검찰은 '죽은 권력만 수사한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드루킹 사건의 특검 가능성에 대해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댓글조작에 김 의원의 개입 정황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문무일 검찰총장은 그 전까지 해당 사실을 보고받지 못했다"며 "의도적인 축소 은폐가 없었다는 경찰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고 결국 특검 카드 설득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검경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눈치보기 수사가 이어지는 한, 김 의원과의 연루 의혹에 대한 특검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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