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실향민들과 탈북자, 연평도 주민도 우리 만남에 기대 갖고 있더라"
金 "대결의 역사에 종지부 찍자"…文 "제 임기 내 달려온 속도 계속 유지"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9시30분에 판문점에서 만나 악수한 뒤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지역으로 넘어가고 있다./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판문점 공동취재단=미디어펜 김소정 기자]“남측으로 오시는데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을까요.”(문재인 대통령)

“그럼 지금 넘어가볼까요.”(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9시30분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첫 만남을 가지면서 군사분계선에서 남과 북을 왕래하는 돌발 상황을 연출했다.

이날 오전 9시28분 판문각의 문이 열리면서 나타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뚜벅뚜벅 계단을 내려와 경호원들의 근접 경호를 받으면서 군사분계선(MDL) 쪽으로 걸어 나왔다. 미소 띈 얼굴로 군사분계선에 다다른 김 위원장은 군사분계선 남측 진영에 서 있던 문재인 대통령과 손을 맞잡고 이야기를 나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함께 판문각 쪽으로 돌아보고 기념 사진촬영을 했으며, 다시 남쪽으로 돌아보고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했다. 

그런데 사진 촬영을 마친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북쪽을 가리키며 함께 넘어가자고 돌발 제의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손을 맞잡고 북쪽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남쪽으로 건너오게 된 것이다. 

이런 과정으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예정에 없던 MDL을 넘어 북측에서 사진을 찍게 됐다. 

두 정상이 전통의장대 도열의 중간에 서서 자유의집 우회도로를 걸어 판문점 자유의집 주차장에 마련된 공식환영식장까지 약 130미터를 이동하는 동안 문 대통령은 김위원장에게 “외국사람들도 우리 전통의장대를 좋아한다”면서 “그런데 오늘 보여드린 전통의장대는 약식이라 아쉽다. 청와대에 오시면 훨씬 좋은 장면을 보여드릴 수가 있다”고 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아, 그런가요. 대통령께서 초청해주시면 언제라도 청와대에 가겠다”라고 화답했다.
 
이 밖에도 이날 김 위원장은 유머 섞인 말로 회담 분위기를 화기애애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우리 때문에 NSC에 참석하느라 새벽잠을 많이 설쳤다는데 새벽에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되셨겠다. 대통령께서 새벽잠 설치지 않도록 내가 확인하겠다”고 웃으면서 말하는가 하면, “불과 200미터 오면서 왜 이리 멀어보였을까 왜 이리 어려웠을까 생각했다. 원래 평양에서 문 대통령님 만날 줄 알았는데 여기서 만난 것이 더 잘됐다”고도 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대결의 상징인 장소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갖고 보고 있다. 오면서 보니 실향민들과 탈북자, 연평도 주민 등 언제 북한군 포격이 날아오지 않을까 불안해하던 분들도 오늘 우리 만남에 기대를 갖고 있는 것을 봤다. 이 기회를 소중히 해서 남북 사이에 상처가 치유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분단선이 높지도 않은데 많은 사람이 밟고 지나다보면 없어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또한 문 대통령이 “북측을 통해서 꼭 백두산에 가보고 싶다”고 말하자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오시면 솔직히 걱정스러운 것이 우리 교통이 미비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며 “평창올림픽에 갔다온 분이 말하는데 평창 고속열차가 다 좋다고 하더라. 남측의 이런 환경에 있다가 북에 오면 참으로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앞으로 북측과 철도가 연결되면 남북이 모두 고속철도를 이용할 수 있다. 이런 것이 6.15 선언과 10.4 합의서에 담겼는데 10년 세월동안 실천하지 못했다, 남북관계가 완전히 달라져서 그 맥이 끊어진 것이 한스럽다. 김위원장께서 큰 용단으로 10년간 끊어졌던 혈맥을 오늘 다시 이었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기대가 큰 만큼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큰 합의를 해놓고 실천 못했다. 오늘 만남도 그 결과가 제대로 되겠나라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며 “짧게 걸어오면서 정말 11년이나 걸렸나 생각했다. 그런 우리가 11년간 못한 것을 100여일만에 줄기차게 굳은 의지로 함께 손잡고 가면 지금보다야 못해질 수 있겠나”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님을 제가 여기서 만나면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친서와 특사를 통해 사전에 대화해보니 맘이 편하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중요하다”고 했고, 문 대통령은 배석한 김여정 1부부장을 가리키며 “김 부부장은 남쪽에선 아주 스타가 됐다”고 말해 함께 크게 웃었고, 김 1부부장은 얼굴이 빨개졌다고 한다. 

이어 문 대통령은 “오늘의 주인공은 김 위원장과 나”라며 “과거 실패를 거울삼아 잘할 것이다. 과거엔 정권 중간이나 말에 늦게 합의가 이뤄져 정권이 바뀌면 실천이 이뤄지지 않았다 제가 시작한지 1년차다. 제 임기 내 달려온 속도를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김여정 부부장에게 “김 부부장 부서에서 ‘만리마’ ‘속도전’이란 말을 만들었는데 남북통일의 속도전으로 삼자”고 했으며, 좌중이 크게 웃는 가운데 임종석 비서실장은 “살얼음판을 걸을 때 빠지지 않으려면 속도를 늦춰선 안된다”고 거들었다. 

문 대통령도 “과거를 돌아볼 때 가장 중요한건 속도”라고 했고, 김 위원장은 “이제 자주 만나자. 이제 마음 단단히 굳게 먹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일은 없어야겠다. 기대에 부응해 좋은 세상 만들어보자 앞으로 우리도 잘하겠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북측에 큰 사고가 있었다고 들었다”며 “수습하느라 고생이 많았겠다.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 병원에 들러서 위로도 하시고 특별열차를 배려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지난 북한 내 중국인 관광객 교통사고를 위로했다. 

김 위원장은 “대결의 역사에 종지부 찍자고 왔고, 우리 사이에 걸리는 문제에 대해 대통령님과 무릎을 맞대고 풀려고 왔다. 꼭 좋은 앞날이 올 것이란 확신을 갖게 됐다”고 했으며,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다. 그러면서도 세계와 함께가는 우리 민족이 돼야 한다. 우리 힘으로 이끌고 주변국이 따라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