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주영 기자]정부 주도의 ’해운업 재건 5개년 계획‘을 실현시켜 줄 한국해양진흥공사 출범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해운업계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운업 재건 정책이 국내 해운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가장 능동적인 정책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정부 지원이 채산성 없는 선대 확대와 불필요한 유동성을 지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이를 위해서는 선·화주 간 장기적인 상생협력도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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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현대상선 제공 |
13일 업계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7월 부산에 본사를 두는 한국해양진흥공사 출범 준비에 한창이다. 해수부는 공사 출범 자본금으로 3조원을 책정하고 추가로 13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4월5일 정부는 한진해운 청산 이후 위축된 해운업을 되살리기 위해 3년간 국적선사에 선박 200척 발주를 지원한다는 내용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수출입은행도 민간 은행들을 대신해 8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들여 적극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창수 해양진흥공사 설립추진단 부단장은 "정부 출연금은 운영자금과 보증 등 진흥공사가 주도적으로 사용할 것"이라며 “3조원 규모의 자본금은 2022년까지 모두 200척의 선박 신조를 지원하는 '마중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우선 업계에서는 정부가 강력한 해운업 재건 의지를 보여준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있다. 전형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연구실장은 “기존 정책보다 진일보한 정책”이라며 “국내 선사들이 글로벌 선사들을 추격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또 후발주자인 국적선사가 글로벌 선사들을 추격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KMI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상위 7대 선사들은 국내 원양 컨테이너 선사가 보유한 선박량의 6~7배에 최대 420만 TEU의 대규모 선단을 보유하고 있다.
전 실장은 “이번 정책을 통해 글로벌 선사와 국제경쟁력을 비교하고 평가해 약점을 보강하고 강점을 확대하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 지원이 선박 공급 과잉과 그에 따른 해운사 적자 우려를 야기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선사들의 초대형 선박들이 오는 2020년까지 인도되고, 이 선박들이 유럽과 미주 항로에 배치되면 운임 경쟁이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선사들은 인수합병을 통해 선대와 집하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었지만, 대규모 신조발주는 화물 확보를 위해 운임 경쟁에 나서야 하기 때문에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초대형선의 확보를 사업의 확장과 혼동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김태일 KMI 연구원은 “가능한 한 다운사이징(down-sizing)하여 시황의 역류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한 후 조류가 바뀌었을 때 적극적으로 사업확장을 추진하는 현명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또한 진입, 확장, 축소, 철수라는 전략적 선택 대안을 염두에 두고 역량 분산과 적자 누적을 초래하는 사업을 과감히 축소 또는 철수하는 구조조정을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독일 해운경제연구소 ISL의 집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건재할 때 한국 해운의 위상은 세계 5위였다. 당시 해운 전문가들은 ‘한진해운 규모의 해운선사를 다시 만들려면 적어도 70년이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쉽지 않은 길"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한국 해운산업 내 치열한 자기반성과 더불어 화주와 국민의 해운·조선에 대한 의식변화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선·화주·조선사가 공동 이익을 위한 상생 모델 개발과 시법사업을 통해 협업체계 구축도 시급하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화물 적취율 제고, 안정적 해운 서비스 제공, 선박발주 확대 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협력 기반 구축이 중요하다”며 “전략물자 등의 운송에 국적선사를 우선 지정하는 화물우선적취 및 유사시를 대비한 ‘국가필수 해운제도’ 등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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